지난해 증시 호황을 이끌었던 조선주가 추락하고 있다.

조선주는 최근 급락으로 고점 대비 반토막나며 본격적인 랠리가 시작됐던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전망 속에 수주가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매도는 지속되고,매수 주체는 실종된 상태다.

특히 일부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인 리포트는 시장을 거의 패닉상태로 몰고 갔다.

그러나 3년간의 조선주 랠리는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실적 대비 저평가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기관도 매도 전환

현대미포조선이 이날 하한가를 기록했고 현대중공업은 10.49% 급락하며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다시 한국전력에 내줬다.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도 10∼12%대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주가가 작년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윤필중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한마디로 심리적 공황 상태다.후판가격 인상과 작년 12월 수주 감소 등 예상된 악재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조선주에 장기 투자했던 외국인은 아직도 수익이 난 상태이기 때문에 사소한 악재에도 부담없이 주식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UBS증권이 12월 수주 감소를 들어 부정적 리포트를 낸 것은 평소 같으면 웃고 지나갈 일이었고 철강업체들의 후판가격 인상은 이미 예상실적에 반영된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시장은 악재만 부각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UBS증권은 지난 29일 보고서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조선업체들의 신규 수주가 줄었고 철강 가격 강세 우려 등으로 조선주가 단기간 약세에 머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맥쿼리는 이날 조선업계 업황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목표주가를 현대중공업 23만원,현대미포조선 15만원,대우조선 2만7000원,삼성중공업 1만9000원으로 제시했다.

국내 증권업계는 외국계와 달리 조선업체들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신조선가가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최근 급락의 원인을 펀더멘털 문제가 아닌 심리적 요인에서 찾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조선주 급락은 투자심리 악화와 함께 수요의 공백을 부채질했다.국내 기관들이 작년 10월부터 이어져온 외국인의 조선주 매도 물량을 받아냈지만 최근 매도로 돌아선 것이다.

정동익 CJ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이 붕괴된 상태"라며 "외국인 매도를 받아내던 기관들도 더이상 조선업종을 편입할 수 없게 되면서 이번 주 들어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이날도 국내 기관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저평가 상태지만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

주가 하락으로 조선주들은 그동안의 가격 부담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저평가 수준으로 진입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국내 조선주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절대 저평가 상태에 들어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또 올해 상반기에도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어지며 실적성장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겨울철 비수기와 해운시장 약세로 전반적인 선박시장은 소강 국면이지만 신조선가는 큰 변동이 없으며 국내 업체들은 수년치 수주 물량이 있는 데다 환율 상승으로 원화환산 선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평가와 예상되는 실적 개선만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정 연구원은 "조선업종은 시장 전체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해야 저평가 실적 모멘텀 등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