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남부와 동부에 내린 폭설이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

2003년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가 중국 경제를 위협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하지만 당시와 다른 건 통화 팽창에 따른 물가급등기에 이 같은 상황이 닥쳤다는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로 늘어난 통화를 억제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펴온 중국은 이번 폭설로 설상가상의 통화 팽창 압력에 시달리게 됐다.

30일 동방조보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임시 가격 개입에 나서 생필품 가격을 통제하고 있지만 이번 폭설로 채소와 곡물 등의 가격이 다시 반등하고 있으며 농산물 가격이 사회 전반의 통화 팽창 압력을 고조시키고 있다.

폭설 피해가 마무리되더라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농업 생산이 정상 회복될지 여부도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을 위협하는 요소다.

중국 농업부는 폭설로 16개 지역의 채소 밀 등 곡물 생산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이 유발하는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과잉 공급 때문에 늘 떨어지기만 하던 공산품 가격도 심상찮다.

춘절 이후에 가전업체들이 일제히 TV 등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베이징천바오가 전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최근 취한 가격동결조치 탓에 샨시성 등지의 일부 발전소가 손실을 이유로 생산을 중단한 상황에서 이번 폭설로 정상 가동 중이던 발전소까지 가동이 힘들게 돼 중국의 전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류난도 전력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미 후난성 허난성 안후이성 등지의 고속도로가 폭설로 폐쇄된 상태다.

안후이성의 한 고속도로 구간에는 1만1000여대 차량이 발이 묶인 상태다.

고속도로와 함께 철도 수송도 지체되면서 중국 발전소의 주 연료인 석탄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폭설로 인한 전력난과 물류난 등이 단기적으로 인플레 압력을 높일 것이라며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폭설은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제3차 물가급등기에 있는 상황에서 내렸다.

중국의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12월 6.5% 오르는 등 11년래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상하이증권보는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폭설로 7.6%까지 올라 중국인민은행이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쥔 도이치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폭설이 1~2월 식품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인플레 압력이 가중돼 긴축이 강화될 경우 경제성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미국 경기 위축으로 중국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자칫 연착륙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이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과 함께 위안화 가치 상승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숀 칼로 웨스트팩뱅킹 스트래티지스트는 "위안화 가치 상승을 용인하는 게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만 7% 오른 위안화는 올 들어서 이미 1.6% 상승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차관은 위안화 가치가 올해 1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