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은 기술 투자에 대한 성과를 최대한 낼 수 있도록 기술경영(Management of Technology)분야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친환경 분야인 재생에너지 기술에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역삼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MOT 포럼 2008'에 참석차 방한한 윌리엄 밀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의 자세로 기술을 융합하고 통합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경영(MOT) 분야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그는 1980년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처음으로 기술경영 강좌를 개설한 장본인이다.

30여년간 실리콘밸리 신화를 이끌기도 한 그는 비즈니스와 접목한 제4세대 연구개발 경영을 제창하기도 했다.

밀러 교수를 만나 MOT의 현황과 기술경영의 미래 등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국내 기업인들은 기술 경영(MOT)과 연구개발 경영(R&D Management)을 혼동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개념에 대한 차이를 얘기하신다면.

"기술 경영은 비즈니스와 연결된 기술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연구개발 경영은 연구개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는가에 대한 관리 기법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MOT 분야에 포함되는 분야죠.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관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술경영적 차원에서 효과적인 업무 실행이 필요합니다."

―미국발 경기 침체 전망 등으로 인해 기업에서 기술경영의 위축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경기 침체에 대한 현재의 우려는 극히 단기적이며 국지적인 성격이 짙습니다.

이 현상이 보다 장기적인 침체를 이끌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인들에게 꼭 얘기하고 싶은 것은 침체에 대한 두려움보다 장기적인 기술 투자에 임하라는 것입니다.

현재의 단기적인 정책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효율성이 있는지를 곰곰히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최근 에너지와 환경기술에 대해 관심이 크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에너지 문제는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 정부 정책에 중요한 이슈입니다.

특히 에너지 신기술의 개발은 이제 수송 수단만이 아니라 가정이나 빌딩 관리에서도 핵심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풍력과 태양열 사용이 전원 공급뿐 아니라 승용차 엔진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의 지속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할 기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요.

"미국 내 많은 전문가들은 환경 보호와 에너지개발 기술인 클린 텍(Clean Tech)이 21세기에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클린 텍은 반도체 및 IT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한국은 반도체 기술의 핵심이기도 한 세정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등 클린 기술에 많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 태양광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응용기술을 많이 개발하고 제품화하면 중동이나 서남아시아 등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봅니다."

―한국의 공대생은 세계적으로 그 수가 많기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요구하는 자질있는 인력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력 수요와 공급의 미스 매치로 인한 실업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시다면.

"이공계 인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국가의 경쟁력은 높아집니다.

한국의 공대생들이 절대로 많다고 보지 않습니다.

더 많아야 보다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이들을 활용해 글로벌한 시각에서 보다 기술혁신을 꾀한다면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 클러스터 전문가 입장에서 한국의 클러스터의 현실을 평가하신다면.

"클러스터는 생태계가 갖춰져야 합니다.

기술개발 업체뿐만 아니라 금융이나 법률,기술을 사고파는 거간들도 자리잡아야 벤처 생태계가 이뤄집니다.

그래야만 기술 발전의 지속성이 담보됩니다.

일종의 헤비타트(벤처 서식지) 개념이죠.이런 차원에서 한국의 벤처 생태계 모델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국기업의 기술 책임자나 연구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

"세계에 한국 기업만큼 빨리 변하는 기업들은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혁신을 보다 넓은 시각에서 추진하는 열린 혁신(오픈 이너베이션)이 강화돼야 할 것 같습니다.

또 기술을 서로 융합하고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기업은 기꺼이 변화하고 싶어하는 존재입니다.

특히 해외에서 새로운 파트너와 새로운 시장을 찾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많은 도움을 줘야 할 것입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윌리엄 밀러 교수는

윌리엄 밀러 교수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로 스탠퍼드 벤처비즈니스 교육과정(SEIT)을 주도하고 있다.한국 벤처업계에도 제자들이 많다.

IT산업 등 첨단 산업과 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 분야를 주로 연구해온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기술정책,사회주의 전환전략,정보기술 전략,벤처기업론 등을 강의해왔다.여러 벤처기업의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등을 맡는 등 산ㆍ학 협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