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체와 해운업체는 '글로벌화'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대한민국과 해외를 연결하는 사업 특성상 매출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항공ㆍ해운 기업인 한진그룹이 남들보다 앞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사업적 특성을 재빨리 간파한 덕분이었다.

그룹의 맏형인 대한항공은 지금 상태로도 '글로벌 기업'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37개국 115개 도시에 항공기를 띄우고 있는 데다, 23개 글로벌 항공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세계 전역을 커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 얼라이언스'와 함께 세계 양대 항공동맹으로 꼽히는 '스카이팀' 결성을 주도한 사람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었다는 사실은 세계 항공업계에서 대한항공이 차지하는 위상을 대변해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대한항공을 별 볼일 없는 동북아시아의 일개 항공사로 봤다면 스카이팀은 결코 결성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올해로 창립 39주년을 맞이한 대한항공이 단시일 내에 세계적인 항공사로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인재양성 프로그램 등 뛰어난 관리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게 한진그룹의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1995년부터 미국 MIT대와 남가주대,서울대 등 국내외 유수 대학에 과장급 핵심 인력을 매년 10여명씩 보내고 있다.

또 해외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매년 80여명을 1년씩 해외에 단기파견 형태로 내보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승무원과 공항 근무자를 중심으로 해외 현지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오사카 칭다오 LA 더블린에는 현지채용인으로 구성된 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양(수송 승객수)이 아닌 질(객실 서비스)적인 측면에선 이미 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위치까지 도약한 상태"라며 "항공화물의 경우 3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톱'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로만 보면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을 능가한다.

100여개의 해외 지사를 둔 한진해운은 60억달러에 달하는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해외 지사 임직원의 대부분은 현지인이며,아시아 지역본부는 서울이 아닌 중국 상하이에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직원들의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태.대표적인 케이스가 해외 지역전문가 육성 과정이다.

1994년 업계 최초로 해외 지역전문가를 파견하기 시작한 한진해운은 현재까지 전세계 40개국에 100여명을 내보냈다.

선발된 임직원은 6개월간 현지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는 동시에 물류 현황과 신규 서비스 개설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