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30일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이랜드 투쟁' 등을 재개하며 또다시 거리로 몰려나왔다.또 공식초청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당선인의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BBK특검과 관련,이 당선인의 소환조사도 촉구했다.이 당선인이 '법.원칙 준수'를 요구하며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무기한 연기하는 대신 노사관계 모범기업인 GM대우를 방문한 데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노사 모두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노동계에서도 민주노총의 강경 투쟁 일변도가 참여정부 때와 달리 스스로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노조 주도의 파업에 대해 국민들이 이미 등을 돌린 데다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후폭풍 등으로 국내외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강경 투쟁에 나설 경우 국민 여론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시 거리로 나선 민주노총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는 이날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1000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갖고 올 들어 첫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조합원들이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를 외쳐 시민들로부터 큰 반감을 샀다.한 시민은 "새 정부가 막 출범하려는 시점에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노사화합을 이뤄 경제발전을 이루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말했다.

노조는 '장기투쟁 사업장의 문제 해결 촉구'를 집회 이유라고 밝혔지만 그 기저에 이 당선인의 '법과 원칙 준수','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적)' 방침에 대한 거부 입장이 깔려있음을 숨기지 않았다.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이 당선인 측이 (당선인과 민주노총의)회담 결렬의 이유로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찰 출석요구 불응을 들면서 법.질서 위배문제를 거론했지만 이는 언어도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 핵심 투쟁 사업장의 하나로 여기고 있는 이랜드에 대한 '투쟁'도 재개됐다.민주노총은 이날 순천 뉴코아 매장 앞 집회를 시작으로 △31일 홈에버 유성점(대전) 집회 △2월1일 서울(홈에버 면목점),경기(뉴코아 과천점) 등 집회 및 불매선전전 △2일 인천 구월점 집회 △3일 뉴코아 광명점 앞 선전전 등을 이어가기로 했다.


◆인수위 "법.질서 준수 원칙 불변"

민주노총의 강경노선 선회에 대해 인수위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노사관계에서 '법.원칙 준수' 이외의 방침이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인수위 한 관계자는 "한번 예외를 인정하면 예외가 또 예외를 낳게 되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번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새 정부가 언제든 (노동계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노동계와의 대화는 어디까지나 기초질서 확립이란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고립 가능성 커지는 민주노총

민주노총의 강경 투쟁 전환에 대한 노동계 내외의 분위기는 부정적이다.특히 일자리 창출 등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규제 완화,작은 정부 등의 정책을 준비 중인 차기 정부가 출발도 하기 전에 발목이 잡힐 경우 국민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는 지적이다.노동 전문가들은 "대기업 귀족 노조들이 지역경제 및 협력업들의 사정은 도외시한 채 최근 몇년간 계속 펼쳐온 파업에 대해 국민들은 이미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여기에다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계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노총이 이 당선인과 정책 협약을 체결하고 "국민 지지를 받는 합리적 노동운동을 펼친다"는 방침이어서 민주노총의 강경 일변도는 노동계 내부에서도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