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세계 경제 성장둔화로 한국 경제도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한국도 필요하면 단기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또 "한국의 새 정부는 성장률 등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인 성장력을 확충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있는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신자유주의와 보호주의'란 주제로 강연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경제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미국에 수출해 먹고 사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의 현 정부가 경기부양을 하지 않는 게 좋은 것이라고 너무 강조하다 보니 이것이 상식처럼 돼버렸다"며 "그러나 미국이나 스웨덴처럼 필요할 때는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의 세계 경제 불안을 '태풍'에 비유한 뒤 "태풍이 몰아치는데 지금부터 대피처를 지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피해를 다 보게 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또 "금융시장이 너무 불안해지면 칠레가 기탁금제도를 실시했던 것처럼 단기 투기성 자본을 규제하는 제도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제안했다.현재의 세계 경제상황에 대해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부실규모 파악이 제대로 안 돼 언제 끝날지 모르고,그래서 더 불안하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운하 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원론적으로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토론이 필요하다"며 "환경문제도 있는 만큼 잘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련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지 본 뒤 다시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하는 만큼 찬성하는 사람들도 1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