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신문의 나라다.전국의 웬만한 가정에선 집집마다 한 부 이상의 신문을 보고 있으며 여론 형성에서 여전히 방송보다 신문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도쿄 등 대도시의 지하철을 타보면 신문을 읽고 있는 승객들의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보수 우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요미우리(讀賣)신문사의 발행부수는 1050만부로 세계 최대 규모다.경쟁관계인 아사히(朝日)신문의 발행부수는 900만부 수준이지만 식자층에선 인기가 더 높다.세계 3대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발행부수가 350만부 정도지만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두 종합지를 압도한다.

일본의 3대 대형 신문사인 이들이 지난달 31일부터 공동으로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개시,국내외 미디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인터넷 뉴스시장에서 포털사이트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문업계의 대표 주자들이 적과 손을 잡고 공존하는 길을 찾아나섰기 때문이다.

이들 3사가 선보인 웹사이트의 이름은 아라타니스(www.allatanys.jp).아라타니스는 아사히 니혼게이자이 요미우리의 영문 머리 글자인 'any' 앞에 '3사에 있는 모든 것'이란 뜻의 'all at'을 넣어 만든 조어다.일본 고어로 '새롭게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아라타니스는 초기 화면을 똑같이 3등분해 각 신문의 주요 기사,칼럼,기획물 등을 비교하며 읽을 수 있게 했다.네티즌들은 각사 홈페이지에 따로 접속하지 않고도 3개 신문의 기사와 주장의 차이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일부 신문사 간 제휴는 있었지만 선두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신문사 간 제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이들의 제휴는 향후 일본 미디어시장은 물론 해외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우수한 뉴스 콘텐츠를 가진 3사가 공동 전선을 펼쳐 향후 인터넷 뉴스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젊은층의 활자 매체 이탈이 심해지고 인터넷 뉴스시장이 일본보다 활성화된 한국 입장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사건인 것 같다.

최인한 국제부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