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미국의 슈퍼 리치 그룹에 연예인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이 많이 편입되고 있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우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만큼 사회가 다원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대통령에 대한 호칭의 변화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로 1990년대 이전까지는 대통령을 부를 때 '각하'라는 극존칭 용어를 덧붙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냥 이름에 대통령이란 직책을 붙이기 시작했고 요즘에는 이름 석자만 불러도 마음이 무겁지 않은 사회가 됐다.

한 나라의 대통령에 각하까지 붙여야 하는 사회는 국가가 기업과 개인보다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국가와 관련된 사람들은 실제로 여러 특권을 누렸다. 반면 대통령이라는 용어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국가와 기업,개인 간 우월적인 지위가 없다는 의미다.

자연히 보상체계도 직업에 관계없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기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사회에 있어서는 어떤 분야에 종사하든 자신이 속해 있는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specialist)란 평가를 받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현행 우리 공무원 임금체계상 대통령은 1년에 2억원 정도를 받는다.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반면 가수 비나 이효리는 마음 먹기에 따라 보통 사람들이 부자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20억원 정도를 한 해에 거뜬하게 벌 수 있다. 그들은 학교생활에서는 엘리트가 아니었을지 몰라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우리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최고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아 그만큼 보상이 뒤따르는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우리 교육현실을 보자. 우리 사회는 많이 변했지만 교육체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내신 1등급을 받아 명문대학에 진학하려는 획일적인 엘리트를 육성하는데 열을 올린다. 아주 뛰어난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모든 과목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한다.

때문에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뒤떨어지는 과목을 과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가 과도하게 불어나고 기성세대들은 자신의 행복추구와 관계없이 돈에 더 집착하게 되는 악순환을 만들어 내는 근본 이유다.

자녀를 조기에 유학 보내는 계층이 늘어나는 것도 우리 교육체계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현실의 반영이다. 외국유학을 숭배하거나 부추기는 것은 아니며,외국 유학을 떠난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영어를 중심으로 의사소통이 되는 글로벌시대에 있어서는 해외유학파가 보다 넓은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게 사실이다. 슈퍼 리치를 향한 지름길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상춘 객원 논설위원 겸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