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온통 미래에셋에 쏠려있다.

증시 영향력이 가장 큰 미래에셋 펀드의 수익률이 글로벌 증시 급락 직격탄을 맞으며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일각에선 미래에셋이 이번 증시 급락으로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우려는 지난 30일 조선주 등 미래에셋 보유 주식들이 급락하면서 극에 달했다.

미래에셋 운용을 총괄하고 있는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사진)은 31일 "어제처럼 우리가 믿는 기업들의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 착잡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그러나 단기간의 어려움 때문에 미래에셋이 위기를 맞을 정도로 허약한 조직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구 사장은 "최근 증시 급락은 펀더멘털보다는 수급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년간의 대세상승이 끝나가고 있는 것인가.

"과거 증시 역사를 보면 항상 어려운 시기는 있어 왔다.중요한 것은 부침의 과정을 겪으면서 증시는 계속해서 성장해왔다는 것이다.지내놓고 보면 어려웠을 때가 언제나 기회였다.물론 이번에는 회복하는 데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릴 수도 있다.하지만 시장이 무너질 정도의 위기는 절대 아니다."

―한국 시장이 미국보다 더 많이 빠지는 이유는.

"최근 국내 증시 급락은 펀더멘털보다는 단기적인 수급 요인이 크다.특히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숏포지션(주식을 빌려 미리 매도하는 것)을 취한 것이 낙폭을 키웠다.최근 대형주 위주로 18개 종목을 체크해 보니 외국인의 대차거래 물량이 엄청나게 급증했다.

조선주 등 중국 관련주가 급락한 것도 이 같은 수급 요인 탓이다.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급은 개선될 것으로 본다.아직 국내 가계자산 내 주식 비중이 절대적으로 낮고 연기금이나 퇴직연금 등의 주변 대기자금이 풍부하다."

―외국인 매도세는 언제 그칠 것으로 보는가.

"외국인의 신규 대차잔액이 최근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보면 외국인 매도는 막바지에 와 있다고 본다."

―미래에셋 보유 주식들의 주가가 줄줄이 급락하면서 미래에셋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에선 미래에셋이 5% 이상 보유한 종목들의 주가 급락으로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우리는 끄떡없다.전체 주식 자산 중 5% 이상 신고 종목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다.미래에셋은 과거 10년 동안에도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매번 그것을 이겨내며 오늘의 성과를 만들어냈다.최근 시장이 단기 수급 때문에 충격을 받고 있지만 글로벌 증시가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우리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미래에셋 펀드들의 단기 수익률이 부진한데.

"미래에셋 대표 펀드로 성장한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펀드도 과거 수익률이 고전하던 때가 많았다.하지만 그런 굴곡을 거쳐 장기적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유지해왔다.최근 2∼3개월 수익률이 부진한 것을 놓고 섣불리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인사이트펀드 수익률이 악화된 이유는.

"최근 글로벌 급락장에서 인사이트펀드가 편입한 중국 홍콩 등 신흥시장 증시가 더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하지만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 전망이 좋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홍콩H지수는 작년 고점 대비 40% 정도 빠진 상태다.주가수익비율(PER) 14∼15배 정도면 매력적이다.단기 수익률이 나쁘다고 펀드 내 포트폴리오를 급하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급락장에서 조선주 등 중국 관련주 비중을 줄였나.

"길게 보고 승부를 건 것인데 남들이 판다고 우리도 똑같이 팔 수는 없다.조선주 업황이 꺾였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섣부른 판단이 아닌가 생각된다.대표 조선주들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가 10배 정도면 충분히 싸다고 본다.최근 비중을 전혀 줄이지 않았다.

다만 작년 말 조선주가 급등할 때 추가로 매입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전체 자산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간 낮아진 상태다."

―펀드 환매 우려는 없는가.

"단기 수익률 부진에도 미래에셋 펀드로는 꾸준히 돈이 유입되고 있다.따라서 실탄은 충분하다.반등에 대비해 주식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글로벌 증시는 언제 회복될 것으로 보는가.

"문제가 터지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인 만큼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는 생각이다.늦어도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증시가 회복 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