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채권 환수소송의 최대 쟁점은 삼성차와 채권단 간 합의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여부다.

채권단 측은 1999년 6월 삼성차가 부실 경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해 총 2조4500억원의 손실을 보자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씩 받고 △2000년 12월 말까지 삼성생명을 상장해 채권을 회수하기로 삼성 측과 합의했다.단 매각 가격이 주당 70만원에 못미쳐 발생하는 손실은 삼성차 주주였던 계열사들이 보전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고 채권단의 주식매각도 진전이 없자 채권소멸 시한인 2005년 12월31일을 앞두고 채권단은 채권 2조4500억원과 연체이자 2조3275억여원 등 약 5조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채권단과 삼성계열사 간 체결한 합의서는 채권단 쪽이 독점적,우월적 지위에서 금융제재 결의와 정부의 공권력 행사라는 부당한 수단을 악용해 체결한 반사회적 법률행위이고 사회정의 관념에 어긋나기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삼성차의 부실로 인한 손실을 채권금융기관들이 떠안게 되면 국가경제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고 채권단이 금융제재조치를 요청한 것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적법한 권리 행사로 보인다"며 "채권단과 삼성 측 합의는 자발적으로 체결된 것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채권단 측은 삼성생명 주식이 비상장 주식으로 처분이 어렵자 삼성 측에 현금으로 2조45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하지만 재판부는 "합의서에 따르면 2000년 12월31일이 지난다고 해서 곧바로 2조45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는 않고 채권단 측도 현금지급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 적이 있다"며 "삼성계열사들은 주식을 현금으로 처분할 의무가 있지 현금으로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현금을 대용할 유가증권으로 손실을 보전해 줘도 된다는 의미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