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골드러시(gold rush)가 시작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1일 "금 시장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기존엔 통화와 금융 시스템이 불안한 인도와 중국 등의 인플레이션 헤지(회피) 수요가 국제 금 가격을 지탱해왔지만 최근엔 월가 투자은행과 펀드매니저들이 투자 차원에서 금을 포트폴리오에 본격 편입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예컨대 미국 뮤추얼펀드그룹인 왜들러&리드 허들드는 금 투자 비중을 작년 6월 말 총자산의 2%에서 최근엔 10%까지 늘렸다.

국제 금 시세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이유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국제 금값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급등,시간외 전자거래에서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941.70달러까지 상승했다.앞서 마감된 정규 거래에선 전날 종가보다 4.50달러 떨어진 온스당 926.30달러를 기록했다.

키트코 벌리언 딜러스의 애널리스트 존 내들러는 "FRB의 금리 인하가 금 시세를 일시적으로 950달러 이상까지 밀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금값이 치솟는 것은 미국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국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여기에 일반인들이 금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간접투자 상품인 '금 ETF'(상장지수펀드)가 일반 투자자들의 골드 러시를 촉발시켰다.미국 투자리서치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61억달러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의 돈이 금 ETF로 유입됐다.달러 일변도의 자산을 다변화하려는 중동과 아시아 국부펀드의 움직임도 가세하고 있다.

금값이 작년 한 해 동안 31%나 올랐지만 상승 추세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1980년 1월21일 금값이 치솟았을 때 국제 금값은 온스당 850달러였다.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현재 가치로는 2228달러 수준이다.현 금값이 실질가치로 사상 최고치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런던의 상품 분석가인 마이클 잰슨은 "FRB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금값의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금 시세가 1000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반인들 상식과는 달리 금은 가격 변화가 심한 상품"이라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자산의 5~10% 정도만 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이 신문은 금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데다 달러 가치가 올해 안에 상승세로 반전될 가능성도 금 투자에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