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로 촉발된 세계경제 둔화로 해외 수요가 위축될 전망인 데다 국내 소비가 전월대비 3개월 감소하는 등 내수기반 역시 약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 주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9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소비감소 본격화,생산 타격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다.

12월 소비재판매는 전월대비 1.7% 줄어들어 10월(-0.9%) 11월(-1.2%)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감소폭도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소비가 10월부터 감소하자 그 여파 때문에 생산도 11월부터 줄고 있다.

생산은 11월 0.2% 감소한 데 이어 12월에도 0.4% 줄어들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12월 생산이 전년동월대비 12.4% 증가했지만 이는 작년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전월대비 생산과 소비의 감소,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 하락 등으로 볼 때 경기흐름이 좋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경기흐름은 수출 둔화를 내수가 얼마나 커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며 "그런 기대가 꺾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에서도 코스피지수가 1600대까지 떨어지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부동산 가격도 그다지 오를 기미가 없어 주가,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소비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수출 둔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발(發)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둔화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지난 12월 8억6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57개월 만에 적자로 반전했다.

산업자원부 잠정 집계 결과 1월에도 약 20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당장 지금은 유가상승에 따른 수입 증가가 주요인이지만 이제는 미국 등으로의 수출이 더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2월 전체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5.5% 증가했지만 서브프라임 사태의 타격을 입은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로의 수출은 악화됐다.

미국으로의 수출 증가율은 10월 27%에서 11월 1.3%,12월 2.3%로 둔화됐고 12월에 영국(-3.3%) 프랑스(-2.2%) 사우디아라비아(-0.9%) 등으로의 수출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기선행지수 하락

경제전문가들은 12월 경기선행지수가 9개월 만에 하락으로 돌아선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의 경기에 대한 심리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대비 0.2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기선행지수를 볼 때 앞으로 경기가 점점 나빠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올해 경기가 전반적으로 안 좋아질 것"이라며 "여러 가지 경제지표들을 보면 오히려 최근 2년이 편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 경기전망도 5개월째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국 2323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도 전월대비 3포인트 떨어진 84를 기록했다.

대기업의 업황 전망 BSI는 90으로 전월대비 6포인트,중소기업의 업황 전망 BSI는 81로 전월대비 1포인트 떨어졌다.

수출기업은 92에서 87로,내수기업도 84에서 83으로 하락했다.

정재형/주용석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