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31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공천심사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공천갈등 수습책을 내놨다.당규상 공천신청 자격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신청자에 대해서도 서류는 받기로 한 것이다.

공심위 실무간사인 정종복 제1사무부총장은 이날 당사에서 회의가 끝난 후 브리핑을 갖고 "당규 3조2항에 따라 공천 자격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신청자에 대해서 신청자격 여부를 별도로 심사하기로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3조2항을 유연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최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부패 전력자의 공천신청 서류 제출조차 불허했던 기존 결정을 다소 완화한 것이다.박근혜 전 대표 측 의원 35명이 거듭 탈당불사 입장을 밝힌 터라 이를 방치할 경우 자칫 분당사태로 비화될 소지가 없지 않다는 점에서 마련한 절충안이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이번 갈등의 중심에 서 있었던 박 전 대표 측 김무성 최고위원은 일단 공천 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격화되던 당내 공천 갈등은 일단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이명박 당선인 측과 박 전 대표 측의 내연은 언제든지 폭발할 가능성이 여전하다.

전날 집단 탈당을 시사했던 박 전 대표 측은 공심위의 발표 후 국회에서 모여 대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뜻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된것 같다"며 "신청만 받아서 다시 신청 자격 여부를 심사한다는 것이니,변화된 게 하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측근은 "다들 대단히 격앙돼 있다"며 "결국 시간만 끌고 말려 죽이려는 생각이 드는데 갑갑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호한 공심위의 결정이 향후 분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게 박 전 대표 측의 시각이다.김 최고위원이 공천을 신청할 경우 그의 벌금형 전력이 다시 거론되면서 양측은 또 맞설 수 있다.특히 박 전 대표 측의 주요 인사들이 공천에서 탈락한다면 내홍이 심화될 게 뻔하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의 고민도 크다.공심위의 결정에 계속 반발할 경우 자칫 한나라당이'부패 옹호당'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는 원죄를 질 수 있다.공심위 결정에 대해 불만은 있지만 구체적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공심위 회의에 앞서 친박 측 의원 26명은 회동을 갖고 공심위와 친이 측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이 자리에는 박 전 대표도 참석했다.

이혜훈 의원은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 간 신뢰관계(공정공천 약속)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만약 두 사람 간 신뢰관계가 지켜지지 않는 일이 있다면 행동을 통일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일각에서는 정치적 타협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당헌 당규를 개정하지 않고 정치적 합의로 김 최고위원 문제를 푸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예컨대 오래 전 벌금형을 받은 사람은 공심위 개별 심사에서 구제하는 안이 검토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홍열/노경목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