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짜리 삼성자동차 채권 환수 소송에서 삼성 계열사가 채권단이 소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주식을 처분할 의무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김재복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10시 삼성자동차 채권단인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금융기관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28개 계열사를 상대로 낸 약 5조원의 약정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채권단이 청구한 2001년 1월1일 이후 2조4천500억원에 대한 삼성계열사의 현금 지급 의무는 기각하면서도 삼성계열사들이 서울보증보험이 이미 매각한 110여만주를 제외한 삼성생명 233만여주(1조6천338억여원)를 처분해 채권단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또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주식 처분 대금이 2조4천500억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삼성생명 주식 50만주의 한도 내에서 증여하고 계열사들은 이에 대한 부족분을 충당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채권단이 청구한 위약금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예정액으로서 주장한 연 19%는 과다하다며 아직 처분이 되지 않은 233만여주에 해당하는 1조6천여억원에 대해 2001년 1월1일 이후부터 상법이 정한 연 6%의 비율로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삼상 측이 채권단과 삼성계열사간 체결한 합의서가 금융제재 결의와 정부의 공권력행사라는 부당한 수단을 악용해 체결한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합의서는 유효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권단은 1999년 6월 삼성차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손실이 발생하자 이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씩 받고 삼성차의 주주였던 계열사들로부터 2000년 12월말까지 삼성생명 상장으로 빚을 갚고 나머지 손실에 대해서도 보전해 주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고 채권단의 주식 매각도 진전이 없자 채권소멸 시한인 2005년 12월31일을 앞두고 채권단은 부채 2조4천500억원과 연체이자 2조2천880억원, 위약금 등 약 5조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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