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육당국, 심판노릇이나 잘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정래 <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
며칠 전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008학년 대입에 적용했던 수능 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수능 시험 등급제가 참여정부 최악의 정책이라는 것은 이번 수능 시험을 본 수험생과 학부모가 가장 잘 알고 있다.그런 점에서 당장 2009학년부터 수능등급제를 폐지하고 대선 공약을 그대로 반영해 입시전형에서 대학의 자율화를 보장한 것은 환영할 조치다.이에 대해 여러 반론과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반론의 근거와 논의의 쟁점이 핵심을 벗어나고 있다.
우선 대입수능시험이 대학입학 수학능력을 측정ㆍ평가한다는 원래 취지와는 아주 무관하게 등급제를 주장하고 이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들에게 혼란을 야기한 책임,적어도 도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정치적인 보복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수십만 명의 수험생을 9등분하자고 250억원의 예산과 20만 명의 연인원을 동원해 범국가적인 시험을 치르고,이미 변별력도 없는 시험을 과연 '수학능력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가? 수험생의 피해와 혼란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 져야 향후 책무성을 묻는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펼 수 있다.
당선인의 교육공약 중 핵심인 자율형 사립고 100개 신설건은 평준화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우선 '평준화'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당초 평준화정책은 일본의 학군제 배정을 모방하면서,학생선발ㆍ재정ㆍ시설ㆍ교원의 네 가지를 평준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그러나 어느 것 하나 '평준화'된 것이 없다.오히려 학생의 학교선택권과 학교의 학생선발권만 원천적으로 봉쇄됐고,사립학교에는 매년 수조원대의 교육재정이 재정결함보조금으로 지급됐다.이러한 '평준화'를 교육부는 30여년 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며 학교를 통제해 왔다.
교육부의 통제는 축구감독 역할에 비유된다.축구감독은 선수의 개인기를 꼼꼼히 지도하고 팀을 승리로 이끌 전술을 구사한다.마치 축구감독인 것처럼 교육부는 대학입시와 평준화 정책을 두고 각급학교와 대학에 대해 감독 노릇을 해온 것이다.학생배정에서 자사고와 특목고 문제,내신ㆍ수능 반영 비율에서 논술고사 지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항을 시시콜콜하게 간섭해왔다.그나마 '감독'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니다.경기 잘하는 선수보고 벤치에 앉은 이진(二陣)을 생각해서 적당히 경기하라는 격으로 잘 나가는 학교에 '공교육 훼손' 운운하며 제재를 가했고,이른바 '3불정책'에다 대입 가이드라인 어기면 해당 대학에 연구지원금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그러나 신입생을 어떻게 선발하고,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하는 문제를 '감독'할 주체는 학교장을 포함한 학교 당국과 교사다.
교육부가 축소ㆍ통합돼야 할 논거는 여기에 있다.몸집만 축소ㆍ통합할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기능면에서 교육당국은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심판의 역할만을 해야 한다.각급학교가 어떻게 운영하건 그것은 학교 나름으로 정할 일이므로,교육당국이 해야 할 심판 역할은 이들 학교의 법령 준수 여부와 책무성을 묻는 일에 그쳐야 한다.교육당국이 꼭 해야 할 일이 더 있다면 그것은 저소득층과 낙후된 학교를 위한 교육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다.이도 감독 역할을 핑계로 간섭하면 안 된다.
이참에 평준화 재고,수능 폐지,대학의 자율성 보장,교육부 축소 등의 정당성은 그동안 최악의 교육정책들 때문에 당선인에게 압도적 격차의 득표를 안겨준 유권자의 마음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교육당국은 헤아려야 한다.
며칠 전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008학년 대입에 적용했던 수능 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수능 시험 등급제가 참여정부 최악의 정책이라는 것은 이번 수능 시험을 본 수험생과 학부모가 가장 잘 알고 있다.그런 점에서 당장 2009학년부터 수능등급제를 폐지하고 대선 공약을 그대로 반영해 입시전형에서 대학의 자율화를 보장한 것은 환영할 조치다.이에 대해 여러 반론과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반론의 근거와 논의의 쟁점이 핵심을 벗어나고 있다.
우선 대입수능시험이 대학입학 수학능력을 측정ㆍ평가한다는 원래 취지와는 아주 무관하게 등급제를 주장하고 이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들에게 혼란을 야기한 책임,적어도 도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정치적인 보복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수십만 명의 수험생을 9등분하자고 250억원의 예산과 20만 명의 연인원을 동원해 범국가적인 시험을 치르고,이미 변별력도 없는 시험을 과연 '수학능력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가? 수험생의 피해와 혼란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 져야 향후 책무성을 묻는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펼 수 있다.
당선인의 교육공약 중 핵심인 자율형 사립고 100개 신설건은 평준화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우선 '평준화'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당초 평준화정책은 일본의 학군제 배정을 모방하면서,학생선발ㆍ재정ㆍ시설ㆍ교원의 네 가지를 평준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그러나 어느 것 하나 '평준화'된 것이 없다.오히려 학생의 학교선택권과 학교의 학생선발권만 원천적으로 봉쇄됐고,사립학교에는 매년 수조원대의 교육재정이 재정결함보조금으로 지급됐다.이러한 '평준화'를 교육부는 30여년 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며 학교를 통제해 왔다.
교육부의 통제는 축구감독 역할에 비유된다.축구감독은 선수의 개인기를 꼼꼼히 지도하고 팀을 승리로 이끌 전술을 구사한다.마치 축구감독인 것처럼 교육부는 대학입시와 평준화 정책을 두고 각급학교와 대학에 대해 감독 노릇을 해온 것이다.학생배정에서 자사고와 특목고 문제,내신ㆍ수능 반영 비율에서 논술고사 지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항을 시시콜콜하게 간섭해왔다.그나마 '감독'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니다.경기 잘하는 선수보고 벤치에 앉은 이진(二陣)을 생각해서 적당히 경기하라는 격으로 잘 나가는 학교에 '공교육 훼손' 운운하며 제재를 가했고,이른바 '3불정책'에다 대입 가이드라인 어기면 해당 대학에 연구지원금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그러나 신입생을 어떻게 선발하고,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하는 문제를 '감독'할 주체는 학교장을 포함한 학교 당국과 교사다.
교육부가 축소ㆍ통합돼야 할 논거는 여기에 있다.몸집만 축소ㆍ통합할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기능면에서 교육당국은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심판의 역할만을 해야 한다.각급학교가 어떻게 운영하건 그것은 학교 나름으로 정할 일이므로,교육당국이 해야 할 심판 역할은 이들 학교의 법령 준수 여부와 책무성을 묻는 일에 그쳐야 한다.교육당국이 꼭 해야 할 일이 더 있다면 그것은 저소득층과 낙후된 학교를 위한 교육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다.이도 감독 역할을 핑계로 간섭하면 안 된다.
이참에 평준화 재고,수능 폐지,대학의 자율성 보장,교육부 축소 등의 정당성은 그동안 최악의 교육정책들 때문에 당선인에게 압도적 격차의 득표를 안겨준 유권자의 마음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교육당국은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