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에는 두 가지 속성이 섞여 있다.

하나는 '이타성'이다.

개인이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 민족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기집단 중심적 사고'다.

'우리 민족이 최고'라는 생각이다.

어찌보면 이기주의다.

이타성과 이기주의.일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둘은 떼려고 해야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다.

'자기집단 중심적 이타성'이란 말이 성립하는 이유다.

이는 고전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개념이다.

고전 경제학은 개인을 '보수대응적 인간'으로 본다.

개인은 어떤 행위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할 때만 움직인다고 여기는 것이다.

여기엔 자기집단 중심이나 이타성 같은 말이 들어설 여지가 별로 없다.

이 때문에 요즘 경제학에선 개인을 '행위대응적 인간'(Homo Reciprocan)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행위대응적 인간이란 상대방의 선의에는 선의로,악의에는 악의로 대응하는 인간형을 말한다.

이런 유형의 인간은 이해타산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상대방이 과거에 자신에게 어떻게 행동했는지만을 기억해 '눈에는 눈,이에는 이' 전략으로 대응한다.

또 자신에게 협조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협력하고,사회 규범으로부터 이탈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징벌하려는 성향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성향은 한편으로는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외세의 침략이나 국가적 위기에 처한 상황을 생각해보자.저마다 '내 한 몸 편하자'고 한다면 위기 극복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 민족이 과거 일제 치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개인의 이익을 버리고 민족의 이익을 우선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꼭 위기 상황뿐 아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경쟁에서 계속 승자가 될 확률은 낮다.

하지만 집단이나 민족은 다르다.

개인들의 협조와 자기 희생을 통해 타민족과의 경쟁에서 승자가 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실제 일부 학자들은 민족주의의 강점으로 '개인의 이타성을 통한 민족적 성취'를 꼽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 측면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행위적 인간은 '자기집단 중심적'인 성격 탓에 자기 민족에게는 헌신하면서 타민족에게는 적대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민족주의가 타민족을 배척하거나 다툼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주변을 보면 이런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두 가지 모순되는 상황에서 민족주의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는 결국 사회 구성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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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성과 효율성이란 ]

일상생활에서는 흔히 혼동해 사용하지만 경제학에서 효율성은 생산성의 하위 개념이다.생산성 증가는 이전보다 적거나 동일한 생산요소를 투입하고도 생산량이 같거나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생산성 증가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 기술 진보가 이뤄지거나,앞선 생산성을 가진 상대방의 기술을 추격하는 효율성 개선을 통해 이뤄진다.선진국의 경우 주로 기술 진보를 통해 생산성 증가를 이루는 반면,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을 따라잡는 효율성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