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의 음식 평가 전문지인 '기드 미슐랭'(미슐랭 가이드)이 도쿄판을 내놔 화제가 됐다.
도쿄판은 발간 사흘 만에 12만부가 팔리고,'별'을 받은 레스토랑들은 2년 동안의 좌석에 대한 예약이 벌써 끝났다는 소문이 들린다.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사가 1900년 자동차용 지도와 여행 안내서 용도로 출간한 이 책의 영향력은 때로 비극을 연출하기도 한다.
2005년 프랑스의 베르나 르와소라는 요리사가 별이 한 단계 낮아진 것에 비관,자살한 것.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 여행도 늘어나고 있다.
이때 꼭 빠지지 않는 게 식도락의 즐거움이다.
레스토랑 가이드 북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져 가는 이유다.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책,하지만 인터넷으로도 볼 수 없으며 오직 프랑스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2007년판 영역본은 매진) 기드 미슐랭과 그에 필적하는 다른 요리 안내서들의 세계를 살펴보자.
◆별보다 따기 힘든 미슐랭 '스타'
미슐랭사가 레스토랑에 별 3개를 만점으로 등급을 표시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부터다.
지금껏 별을 받은 곳이 약 500개 정도고,별 3개의 영예를 안은 곳은 30개 가량이라고 한다.
그만큼 기드 미슐랭으로부터 '스타'로 대접받기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는 얘기다.
미식가들로 구성된 세계 각국의 평가단 80명이 밀행을 통해 레스토랑을 평가한다.
보통 평가를 위해 한 식당을 세 번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는 평일 한가한 시간에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고,두 번째는 주말 저녁 시간처럼 가장 바쁠 때 서비스와 고객 만족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방문을 통해 취재임을 밝히고 주인과 요리사를 인터뷰한다.
식재료의 질,요리법과 맛의 완성도,요리의 개성,가격,맛의 일관성 등을 평가한다.
만일 레스토랑이 유기농 농장에서 직접 가져온 재료만을 사용하다고 자랑하면 농장에 직접 가서 확인할 정도로 평가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기드 미슐랭의 영향력은 대단해서 2005년 미국 뉴욕의 앨라 리펄트가 운영하는 '르 베르나댕'은 미슐랭 3스타를 받으면서 매출이 단숨에 20% 올랐다고 기뻐하기도 했으며,일본 스시의 대가로 알려져 있으며 필자가 몸담기도 했던 노부 레스토랑은 한때 기드 미슐랭 별이 하나 줄어 초상집 분위기가 되기도 했다.
◆기드 미슐랭 도쿄판…별 3개 받은 음식점
기드 미슐랭이 다른 국가에 대한 평가를 낸 것은 1957년부터이다.
이때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독일 등에서 잇따라 출간했다.
이후 미국 뉴욕판이 2005년에 등장했고,지난해 도쿄판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라스베이거스판도 나왔다.
특히 도쿄판은 아시아 최초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별 3개를 받은 레스토랑이 여덟 곳이나 되고 총 150개 레스토랑이 '스타'로 등극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가가 너무 주관적이고 서양인이 좋아할 만한 레스토랑만 선정됐다는 평도 있었지만,어쨌든 도쿄는 '세계 최고의 미식도시'라는 인정을 받은 셈이다.
'스리 스타'로 선정된 도쿄 음식점은 '스키야바시 지로''간다''고주''하마다야''스시 미즈나티' 등 전통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5곳이고,나머지 3개는 프랑스 요리 전문점이다.
도쿄 중앙구 긴자에 위치한 '스키야바시 지로'는 올해 83세로 72년간 한우물을 판 초밥 장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프랑스의 간판급 요리사인 조엘 로부숑이 팬임을 자처해 더 유명해졌다.
'고주'는 가이세키 요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프렌치 레스토랑 중 '로오지에'는 일본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 건물 안에 위치해 있으며,'간데산스'는 2006년에 문을 연 곳으로 역대 미슐랭 '스리 스타' 중 최연소다.
마지막으로 조엘 로부숑의 일본 지점인 가든 플레이스점도 별 3개를 받았다.
◆한국엔 '블루 리본'이 있다
기드 미슐랭에 견줄 만한 또 다른 레스토랑 평가서로는 미국의 자갓 서베이를 꼽을 수 있다.
'식당 이용자들이 직접 식당을 평가하자'는 취지로 팀과 나나 자갓 부부가 1979년 만든 자갓 서베이는 미국 전역의 레스토랑,호텔 등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2005년 기드 미슐랭 뉴욕판이 나오면서 어느 것이 더 믿을 만하느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두 평가서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기드 미슐랭은 미식가들이 주축이 돼 평가를 하기 때문에 전문성이란 측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쿄판의 경우 2006년 5월부터 유럽인 3명,일본인 2명의 평가단이 도쿄 시내 1500개의 레스토랑을 평가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자갓 서베이는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평가서로 연령대별로 나뉜 수만 명의 일반인 맛 평가단의 점수에 기초한다.
국내에서도 2006년부터 블루 리본 서베이가 발간돼 기드 미슐랭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맛집 책들 대부분이 개인의 주관에 치우쳐 있는 데 비해 블루 리본은 평가단 평점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의 인터넷 투표를 더해 리본 숫자로 등급을 매기고 있다.
장진아 웨스틴조선호텔 메뉴 개발 담당 jjang@chosunho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