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애호가들은 마치 미지의 대륙을 정복하듯 늘 새로운 것을 찾아다닌다.

지난해 칠레산의 인기가 주춤해지면서 이탈리아 등 전통적인 생산지들이 각광받은 것이나,'피노 누아' '네비올로' 등 대중화된 '카베르네 소비뇽' 외에 색다른 포도 품종이 주목받은 건 모두 이런 이유에서다.

한 와인업계 관계자는 "컬렉터들 사이에서 특히 '네비올로'에 대한 인기가 두드러진다"고 소개했다.

'네비올로'는 와인을 만드는 여러 포도 품종 가운데 가장 남성적인 특징을 갖고 있는 품종으로 손꼽힌다.

그래서 '네비올로' 100%로 만든 이탈리아 '바롤로' 마을의 와인은 '와인들 중의 왕'이라 일컬어진다.

'김혁의 이탈리아 와인기행'에서 저자는 '네비올로'에 대해 "그 풍미는 잘 익은 붉은 과일 향에서부터 담배,초콜릿,바닐라,그리고 바롤로 마을 특산물인 하얀 송로버섯의 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바롤로'의 와인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까다로우면서도 우아한 와인의 특징 덕분이다.

보통 '바롤로'는 3년 정도 오크통에서 숙성하고 또 1년을 병에서 지낸 채 세상에 나오며,20∼30년의 장기 숙성도 가능하다.

사실 전통적인 '바롤로'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나 인기 있던 '시골 와인'에 불과했다.

3주 이상 발효하고,요즘식의 오크통이 아닌 커다란 나무 캐스크에서 숙성을 한 '바롤로' 와인은 떫은 맛을 내는 타닌이 너무 강해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다 '바롤로 2세대'라 불리는 안젤로 가야 등의 메이커들이 프랑스 보르도 방식을 벤치마킹,발효 기간을 줄이고 바리크라는 작은 오크통 숙성 방식을 도입해 부드러운 타닌을 만들어 내면서 '바롤로'를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으로 격상시켰다.

1980년대 말 당시 바롤로만의 특성을 보존하려는 전통주의자들과 국제적 기호에 부합하고자 하는 2세대 와인 생산자들 간에 '바롤로 전쟁'이라 불릴 정도의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논쟁은 지아니 갈리아르도의 '프레베 바롤로' 같은 전통과 현대적인 방법을 고루 결합한 3세대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프레베 바롤로'는 1990년부터 지금껏 단 9개의 빈티지만 생산될 정도로 엄격한 품질 관리를 거쳤으며 풍부한 바닐라향이 섬세한 타닌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

30년까지 장기 보관이 가능하며,'성직자'라는 뜻의 이름 덕분에 이탈리아 현지에선 은혼식이나 금혼식을 맞은 부모님 선물로 인기가 높다.

국내 소비자 가격은 25만원.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