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세종문화회관에서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한국어 공연이 개막했다.

이 작품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대사를 극도로 절제하고 총 54곡의 노래로 스토리를 역어가는 이른바 '송-스루(Song Through)' 스타일의 뮤지컬이다.

2005년과 2006년 두차례에 걸쳐 프랑스 현지 배우들로 이루어진 오리지널 투어팀이 내한공연을 펼쳐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투어 공연이 성공했지만 우리 배우들이 한국어로 부르는 라이선스 공연을 앞두고 많은 우려를 낳았다.

프랑스어 특유의 유려한 가사와 현지 배우들이 구축한 캐릭터의 이미지가 주는 오리지널리티을 우리 무대에 재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이에 제작진은 노래 잘하는 기성 배우가 부족한 현실에서 실력은 출중하지만 신인인 배우를 적극적으로 기용했고,국문학에 조예가 깊은 창작 인력을 고용해 한국어 가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는 가시지 않았다.

낯선 가사내용을 우리 배우들이 우리말로 부르는 모습은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파리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의 굽은 등만큼이나 원초적 한계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개막 공연을 함께 지켜보던 많은 지인들은 대부분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 비결을 꼽자면 이 작품이 경남 김해,경기 고양시를 거쳐 완성도를 다진 후 세종문화회관으로 돌아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말하자면 본 무대를 위한 충분한 실전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개막 전에 일정 기간의 프리뷰 공연을 두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리뷰 기간중 창작진이 직접 관객의 반응을 지켜보며 막판까지 수정을 할 수 있고 이 과정을 통해 개막무대에서는 최상의 공연을 선사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지난주에 개막한 창작뮤지컬 '라디오스타'는 재미있는 장면이 쉴새없이 이어지고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난 데도 예상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충분한 프리뷰 기간이 없이 바로 개막함으로서 다듬어지지 않은 면이 노출된 탓. 원래 무대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금씩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공연에 필요한 모든 요건이 갖추어진 후에도 막상 무대에서 막을 올리면 여전히 부족한 면이 보이기 마련.

어쩌면 그것이 공연이 갖는 수수께끼 같은 매력일지도 모른다.

같은 작품이라해도 무대 공연은 매일 매일이 다르지만 한번의 관람으로 그 작품에 대한 인상을 간직하고 극장을 떠나는 관객들을 위해프리뷰 기간을 두고 개막 공연을 갖는 것이 좀 더 멀리 보는 길이 아닐까.

< 조용신·공연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