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약물치료를 받던 이병식씨(54)는 작년 9월 수면 중 갑작스레 오른쪽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증상이 나타난 지 40여분 만에 부천 성가병원 뇌졸중센터로 옮겨졌다.

20분 안에 뇌를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컴퓨터단층혈관조영(CTA)으로 찍어봤더니 뇌혈관이 막혀 있었다.

t-PA와 유로키나제를 혼합한 혈전용해제를 투입한 뒤 2시간여 만에 반신마비 언어장애가 정상으로 호전됐고 뇌혈관이 다시 개통됐다.

9일간 입원 후 회복해 지금은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예방약을 복용하면서 비교적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1997년에 설립된 부천성가병원 뇌졸중센터는 신경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 전문의 7명이 뇌혈관질환만을 전담하고 있다.

이 중 4명의 의사가 뇌혈관조영기로 환자의 뇌혈관 상태를 모니터로 보면서 뇌속 막힌 혈관을 뚫거나 터진 혈관을 막을 수 있는 숙련된 의사로 24시간 응급 대응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팔다리 혈관을 통해 뇌도자를 넣어 이씨에게 시행한 응급혈전용해술이나 스텐트(탄성형 금속그물망)를 혈관에 심어 좁아진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스텐트혈관성형술 위주로 치료하고 있다.

뇌혈관의 일부가 약해져 꽈리처럼 부푼 뇌동맥류는 백금 코일을 써서 터지지 않게 막는 코일색전술을 시행한다.

이런 '중재적 치료'는 뇌를 가르는 수술에 비해 후유증이 없고 회복이 빠르며 약물치료보다 강력한 효과를 낸다.

센터는 10년 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뇌졸중 환자를 스텐트혈관성형술로 치료하는 데 성공했고 최근까지 총 830여명의 뇌혈관질환 환자를 중재적 수술로 치료했다.

작년 12월에는 국내 처음으로 뇌동맥류 뇌혈관협착증 뇌혈관기형 등에 걸린 3명의 환자를 연달아 실시간으로 공개 시술하는 '라이브 서저리'를 선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뇌졸중 센터 백민우 가톨릭대 신경외과 교수는 "심장수술에선 라이브 서저리가 종종 있었지만 뇌졸중 수술은 위험부담이 커 감히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분야"라며 "다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젠 웬만한 뇌혈관질환은 중재적 치료로 완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