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지식재산권 무역구제 등 비핵심 쟁점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타결짓고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을 1일 마무리했다.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수석대표는 "전체의 70% 정도가 타결돼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한 30%만 남게 됐다"고 말했지만 김한수 우리 수석대표는 "협상단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남아 있고 정치적인 결단은 나중에 필요한 문제"라며 약간은 다른 평가를 내렸다.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아예 논의하지 않았던 상품양허(개방)와 자동차 기술표준,원산지 판정 기준 등 3대 핵심 쟁점을 4월로 잡힌 7차 협상에서 집중적으로 논의,전체 협상 타결을 시도할 계획이다.

◆비핵심 쟁점에선 성과

이날 오전 잇따라 기자회견을 연 양측 수석대표는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가 없어 걱정했지만 상당한 성과를 낸 고무적인 협상"이라고 총평했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분쟁해결,투명성,무역구제,전자상거래,경쟁,지속가능발전,지식재산권 등 7개 분야에서 사실상 합의안을 도출했다.

김한수 대표는 상품일반 협정문,기술장벽,위생검역,지리적표시 등을 한두 가지 쟁점만 남겨둔 '거의 타결된' 분야로 꼽았다. 복수의 쟁점이 남긴 했지만 무역원활화 및 통관,서비스·투자,정부조달 등에서도 양측은 상당한 성과를 냈다.

지식재산권에서는 EU 측이 공연보상청구권(공공 장소에서 음악을 틀면 저작인접권자에게 보상금을 주는 제도) 도입과 의약품 자료독점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해달라는 기존 요구를 철회했다. 대신 우리 측은 지재권 위반 기업에 대한 통관행정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7차에서 핵심쟁점에 올인

베르세로 대표가 "70% 정도는 타결된 셈"이라며 양적인 측면의 성과를 강조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자동차 돼지고기 등을 포함한 상품양허(개방) 시기와 EU 측이 타결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자동차 기술표준 문제는 난제로 남아 있다.

여기에 이번 협상에서 확연한 입장차이를 노출한 원산지 판정 기준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분야다.

공식적인 협의는 없었지만 첫 날 이뤄진 전체회의와 수석대표 간 접촉에서 우리 측은 7년으로 돼 있는 자동차 관세철폐 기간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고,EU 측은 자동차 기술표준 문제가 다른 분야 협상과 직결돼 있다고 맞섰다. 원산지 판정 기준을 놓고도 양측은 역내산 부가가치비율 등에서 큰 입장 차만 확인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끝냈다.

양측은 이 같은 3대 핵심 쟁점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7차 협상 전에 분과별,수석대표 간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EU 측은 우리가 전달한 상품개방 시기와 관련된 패키지 안(案)에 대해 자신들의 개선안과 추가 요구사항을 담아 7차 협상 2~3주 전까지 보내기로 약속했다. 양측은 또 품목별 원산지 기준과 자동차 기술표준 분야도 회기간 협상에서 협의한 뒤 수정안을 주고 받을 예정이다.

회기간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는다면 7차 협상에서는 자동차 기술표준과 관세철폐 시기 등에서 양측이 '빅딜'을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한수 대표는 "거대경제권과의 FTA에서는 정치적인 결단이 요구되지만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