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정장에서 조선주 급락을 주도한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현대중공업의 반격으로 큰코를 다칠 지경에 빠졌다.

조선주 약세를 전망해 대규모 숏(주식 매도)포지션을 취했던 이들이 주가 반전으로 급하게 숏커버(매도 포지션을 정리하는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 반등폭을 확대시켰고 이것이 스스로의 손실폭을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반전의 계기는 조선업종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이 마련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이번 일을 외국인의 매도에 맞선 현대중공업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과 2월1일 조선주의 이틀 연속 급반등은 상당부분 외국인의 급한 숏커버 물량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의 전말은 이렇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상당수 외국인은 올 들어 조선주 약세에 베팅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주에 대해 대규모 숏매도에 나섰다.

이들은 주로 장기 투자 성향의 외국계 롱텀펀드로부터 주식을 빌려 미리 팔고(숏포지션)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되사 갚는 형태로 차익을 챙기는 수법을 이용한다.

외국인의 조선주 숏매도는 지난달 말께 극에 달했다.

특히 맥쿼리의 '매도' 보고서가 나온 30일(한국시간)에는 상당수 외국인이 조선주 숏 물량을 구하려고 혈안이 돼 있었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조선주 대차거래(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것) 잔액이 역대 최대치로 불어났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대차거래잔액이 30일 한때 1조1130억원으로 시가총액의 5% 가까이를 차지했고,현대미포조선 대차거래잔액도 시총의 7%에 육박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31일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현대중공업이 작년 4분기 '깜짝실적'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대규모(6520억원) 자사주 매입계획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그러자 조선주 주가는 급락을 멈추고 강한 반등세로 방향을 틀었고 이에 깜짝 놀란 외국인은 뒤늦게 숏커버에 들어갔다.

숏커버는 주가가 예상과 달리 상승할 경우 손실을 막기 위해 서둘러 주식을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숏커버 매수는 무조건 시장가격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주가 상승폭을 더 키우는 효과를 냈다.

더구나 현대중공업에 뒤이어 31일 장 마감 후 현대미포조선까지 주가 방어 차원에서 대주주의 지분 매입 계획을 밝히자 그동안 급하게 숏매도에 나선 외국인은 거의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이들은 서둘러 숏커버에 나섰고,2월1일엔 대부분의 조선주에 외국인의 숏커버성 매수 주문이 유입되면서 조선주 주가를 급등시켰다.

증권업계에선 이를 두고 단타 외국인을 골탕먹이기 위해 벼르고 있던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의 치밀한 합작품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조선주 급반등이 국내 주식시장 전체에서 외국인 매수세를 이끄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며칠 외국인의 신규 대차거래가 급감한 것은 외국인 매도가 마무리 단계라는 의미"라며 "특히 미국 금리 인하를 계기로 대만 등 아시아 전체에서 외국인이 급한 매도세를 멈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