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에 갈비수요 폭발 … 그 많은 한우갈비 다 어디서 나오나
올 설 시즌 한우갈비세트 수요가 급증,유통업체들에 조달 비상이 걸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과 대형 마트들이 준비한 냉동 한우갈비세트만도 작년보다 40% 가까이 증가한 14만여세트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이 작년 시즌(1만7736세트)보다 60.4% 증가한 2만8500세트를 준비한 것을 비롯 이마트(2만2000세트)·홈에버(3만5000세트)·홈플러스(2만세트) 등이 작년보다 25~50% 물량을 늘렸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이처럼 한우갈비 물량을 늘린 것은 미국산 쇠고기가 검역 중단 조치로 인해 시판이 중지된 가운데 명절 선물로 쇠갈비에 대한 쏠림 현상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준비한 14만세트는 무게로 따지면 500t에 이른다.

통상 700~750㎏ 크기의 소 한 마리당 20㎏ 안팎의 갈비가 적출되는 걸 감안하면 설 선물용으로만 2만5000두 이상의 소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국내에서 하루 도축되는 두수가 1100마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든 물량이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에만 공급된다 하더라도 22일 이상 걸리는 셈이다.

하지만 재래시장,정육점,각종 음식점 등으로 나가는 물량도 만만치 않다.

전국 한우산지를 비롯한 축산도매상 등을 겨냥한 물량 확보 경쟁이 한껏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평소에는 전국 점포에서 팔리는 한우갈비세트가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평균 22개에 불과했다"며 "15일간의 설 선물 특별 판매 기간에 2만8500세트가 다 팔리는 걸 전제로 하면 하루 평균 판매량이 평소의 86배인 1900세트에 이른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요가 폭주함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설과 추석 시즌에는 이르면 3~4개월 전부터 물량 확보에 들어간다.

설 시즌의 경우 추석이 끝나는 10월부터 물량 조달 경쟁이 시작된다.

도축 후 영하 48도에서 급랭시켜 48시간 냉동 보관한 뒤 영하 28도 냉동실로 옮겨 설 대목 때까지 보관하는 방식이다.

설 선물세트 가운데 안심이나 등심 등 얼리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하는 냉장정육 가격이 냉동제품보다 비싼 건 선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냉동육은 도축 후 냉동 상태 및 보관 시설 수준에 따라 1~2년이 유통기한으로 정해지지만,포장돼 매장에 깔린 후에는 3개월 동안 유통할 수 있게 돼 있다.

반면 냉장육은 매대에 올린 시점부터 유통기한이 14일로 정해져 있다.

한편 크리스마스 때는 케이크,복(伏)날에는 보신탕 수요가 폭주해 역시 관련 업계와 식당가에서는 물량 확보를 놓고 '전쟁'이 벌어진다.

업계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국적으로 300만개의 케이크,복날에는 500만그릇 이상의 보신탕이 팔려나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식자재 공급업체들은 폭주하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재료 준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어 식자재의 선도(鮮度)가 평상시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크리스마스 때 케이크 사먹지 말고,복날 개고기 먹지 말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