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국내 투자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이 공식 인정됐다.

이번 선고는 외국계 펀드에 대한 첫 유죄판결이어서 향후 이들 펀드의 국내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감자 계획 유포는 허위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인수합병하기에 앞서 실제 외환카드의 감자를 계획했는지 여부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마이클 톰슨 법률고문,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공모해 외환카드 감자설을 유포한 뒤 외환카드 주가를 떨어뜨려 헐값에 인수했다며 유 전 대표를 불구속기소하고 쇼트 부회장 등 3명에 대해 범죄인인도청구 절차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또 실질적으로 이득을 본 주체인 외환은행과 론스타(법인명 LSF-KEB 홀딩스 SCA)도 '양벌규정(법인의 대표자 등이 위법행위를 할 경우 행위자 외 법인도 처벌토록한 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했다.

이에 맞서 론스타 측은 실제 감자를 계획했다가 경영상의 판단으로 계획을 철회했을 뿐 주가조작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부당이득을 취하려 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은 감자를 하려면 재무적 필요성이나 유동성 문제 등을 깊이 검토해야 하는데 2003년 11월21일 이전에 그 같은 검토가 없었는데다 주가가 반등한 11월27일 갑작스레 감자 없는 합병을 결의토록 지시해 11월28일 이사회가 열린 점 등을 들어 실제 감자 계획이 없으면서도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위계(僞計)를 사용했다고 판시했다.

◆부당이득액은 다소 줄어

당초 대검은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외환은행의 경우 주식매수청구된 주식을 사들이는데 들이는 비용을 줄이고 론스타는 외환카드와 외환은행 합병으로 지분율이 낮아지는 것을 희석했다며 최소 403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발표했다.

법원은 그러나 허위 감자계획 발표로 인해 영향을 받기 시작한 바로 직전 거래일(11월21일)의 종가를 기준으로 외환은행 123억원,론스타 1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판단,부당이득액을 180억원가량 줄였다.

◆외국계 펀드 첫 유죄 선고

론스타에 대한 유죄선고는 외국계 펀드에 대한 첫 유죄선고라는 의미도 갖는다.

언론을 통해 삼성물산에 대한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유포한 뒤 바로 보유 주식을 처분한 영국계 헤르메스펀드가 주가조작 혐의로 처음 기소됐지만 지난해 말 항소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에 론스타에 유죄선고가 내려짐에 따라 그동안 국내법의 허점을 파고 들며 시장교란 행위를 해왔던 많은 투기적 해외펀드들에 경종을 울리게 됐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