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김한중 연세대 신임 총장 "등록금만이라도 대학 자율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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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약간 수척해 보였다.총장에 당선된 뒤 10여일간 '총장직 인수'업무에 매달리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강행군한 탓이다.
하지만 대입정책,대학 내부개혁 등을 이야기할 때는 차분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단호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김 총장은 "대학자율은 입시뿐만 아니라 등록금 결정 등 전반적인 자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차기정부의 영어 공교육과 관련,"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뒤 하자는 것은 곧 하지말자는 얘기와 같다"며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교직원의 '철밥통 문화'를 바꾸기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도 계획 중이라고 했다.
취임식(2월1일)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연세대 스팀슨관 회의실에서 김 총장을 만나 연세대 향후 발전방안과 정부의 대입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정원 때문에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정원 120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연세대도 불만이 없진 않을 텐데요.
"그렇죠.지역안배라는 명분 때문에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체 정원을 정하고 나누다 보니까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정도 정원으로는 등록금을 파격적으로 인상하지 않는 이상 좋은 인재를 길러낼 수 없습니다.정부가 로스쿨 정원을 제한했다면 등록금만이라도 자율에 맡겨야 합니다."
―학부 등록금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보십니까.
"차기 정부의 대학자율화가 지나치게 입시 문제에만 집중돼 있어 좀 불만입니다.여야 합의로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보니 대학 등록금을 물가와 연동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요
.교육인적자원부가 등록금 인상 관련 가이드라인은 제시해왔지만 이렇게 법률로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학 자율을 강조하는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시죠.
"방향은 좋습니다만 단계별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한순간에 바꾸게 되면 예측이 불가능해져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주게 되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권한을 벗어난 내용이 종종 나온다는 느낌도 들어요.그러니까 다시 주워담는 일이 생기는거죠.정책의 신뢰문제입니다."
―차기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물론 '성급하다.준비가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도 맞습니다만 문제는 풀라고 있는 것입니다.영어교사 확보 등 모든 여건이 다 갖춰진 뒤 하자는 것은 곧 하지말자는 얘기와 같습니다.
다만 영어 공교육 강화와 관련해서도 인수위 측이 너무 세부적인 것을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대입 관련해서 3불 정책(기여입학제ㆍ고교등급제ㆍ본고사)과 관련,기여입학제는 이미 임기 내에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히셨죠.
"기여입학제는 대한민국의 '정서법'상 통하지 않습니다.이는 지금 이 시대의 국민들의 가치판단 기준이 돈주고 대학 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기여입학제 도입 없이도 대학재정이 넉넉하겠습니까.
"어떻게 넉넉하겠습니까.허리띠 졸라 매고 사는거죠.모금과 학교,법인 수익 사업을 통해 새 재원을 확보하겠습니다.
현재 법인이 가진 자산이 최소 1조원 정도입니다.거의 다 부동산이죠.그러다보니 수익률도 연 7% 정도로 낮습니다.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을 바꾸도록 법인에 건의할 생각입니다."
―고교등급제는 어떻습니까.
"고교등급제라는 표현은 바꿨으면 좋겠습니다.그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죠.고교등급제는 단순하게 학생들의 성적만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각 고교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도 미션 스쿨인 대광고를 졸업했는데 당시 연세대에 대광고 출신들이 많이 입학했습니다.같은 미션스쿨이다보니 그런 점이 어느 정도 반영된 거 같아요."
―고교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연세대는 2년 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장기적으로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하지만 한 해 수천 명을 뽑는데 모든 입시 업무가 입학 사정관제에 의해 이뤄진다면 대학에 큰 부담입니다.
이를 제대로 실행하려면 입시의 단순화가 선행돼야 합니다.지금처럼 수시1,수시2,정시,특별전형 등 복잡한 입시 제도하에선 소수의 입학사정관이 형식적으로 투입돼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입시를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본고사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본고사야말로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사실 스스로 입학 업무에 관해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지금 입시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복잡한 전형입니다.
이해찬 장관 시절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 간다는 입시정책을 폈습니다.각종 특별 전형들이 생겼죠.하지만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은 곧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모든 것을 다 준비해야 한다"는 상황을 뜻합니다.오히려 부담이 더 늘어난거죠."
―고교평준화가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라고 보십니까.
"고교평준화 정책 때문에 공립과 사립의 구분이 없어졌습니다.해외에선 학생 실력에 따라 월반도 시키는데 우리 학교는 구구단도 못 외우는 학생과 미적푼까지 푸는 학생을 한 교실에 넣고 수업을 하니 누가 만족하겠습니까.
학교 공교육이 망가지니 자기 수준에 맞는 곳으로 찾아가게 되는 겁니다.이는 사교육이 아니라 '지하교육'입니다.평준화는 교육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깨져야 합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 공약 때문에 선거 때 표도 많이 잃었을 텐데요.
"그래도 당선됐지 않습니까.결국은 학교를 살려보자는 취지니까요.선거 공약이 '품위 있는 개혁 함께 풀어가자'였습니다.개혁을 위해선 기존의 조직 문화를 다 깨야 하죠.
품위가 있다는 의미는 기업과 달리 과정을 중시하는 거죠.이미 여학생처,정보통신처 등 3개 처를 없앴습니다."
―송도 캠퍼스 추진은 잘되고 있습니까.
"정창영 전 총장 시절 송도캠퍼스를 자체 개발방식으로 하려고 했습니다.하지만 주무 부서인 재정경제부가 공영개발방식을 제안했습니다.인천시도 동의했고요.연세대라는 명문대가 인천으로 가게 되면 인천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면 됐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게다가 송도캠퍼스는 송도국제화복합단지 건립사업을 선도하는 프로그램입니다.결국 인천시의 발전을 위해서 인천 시민들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버드대 유치설도 나왔는데요.
"송도캠퍼스는 각 대학들과의 협력관계를 연구와 교육으로 분리해서 맺고 있습니다.연구부문은 미국 하버드대와,교육은 영국 워릭대학과 협력을 추진 중입니다.기존에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게이오대와는 교육프로그램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을 작정입니다.정부는 해외 대학 유치 실적을 내놓으라고 독촉하지만 협상은 시간에 쫓기면 불평등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리=성선화/사진=양윤모 기자 doo@hankyung.com
하지만 대입정책,대학 내부개혁 등을 이야기할 때는 차분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단호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김 총장은 "대학자율은 입시뿐만 아니라 등록금 결정 등 전반적인 자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차기정부의 영어 공교육과 관련,"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뒤 하자는 것은 곧 하지말자는 얘기와 같다"며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교직원의 '철밥통 문화'를 바꾸기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도 계획 중이라고 했다.
취임식(2월1일)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연세대 스팀슨관 회의실에서 김 총장을 만나 연세대 향후 발전방안과 정부의 대입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정원 때문에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정원 120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연세대도 불만이 없진 않을 텐데요.
"그렇죠.지역안배라는 명분 때문에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체 정원을 정하고 나누다 보니까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정도 정원으로는 등록금을 파격적으로 인상하지 않는 이상 좋은 인재를 길러낼 수 없습니다.정부가 로스쿨 정원을 제한했다면 등록금만이라도 자율에 맡겨야 합니다."
―학부 등록금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보십니까.
"차기 정부의 대학자율화가 지나치게 입시 문제에만 집중돼 있어 좀 불만입니다.여야 합의로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보니 대학 등록금을 물가와 연동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요
.교육인적자원부가 등록금 인상 관련 가이드라인은 제시해왔지만 이렇게 법률로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학 자율을 강조하는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시죠.
"방향은 좋습니다만 단계별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한순간에 바꾸게 되면 예측이 불가능해져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주게 되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권한을 벗어난 내용이 종종 나온다는 느낌도 들어요.그러니까 다시 주워담는 일이 생기는거죠.정책의 신뢰문제입니다."
―차기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물론 '성급하다.준비가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도 맞습니다만 문제는 풀라고 있는 것입니다.영어교사 확보 등 모든 여건이 다 갖춰진 뒤 하자는 것은 곧 하지말자는 얘기와 같습니다.
다만 영어 공교육 강화와 관련해서도 인수위 측이 너무 세부적인 것을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대입 관련해서 3불 정책(기여입학제ㆍ고교등급제ㆍ본고사)과 관련,기여입학제는 이미 임기 내에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히셨죠.
"기여입학제는 대한민국의 '정서법'상 통하지 않습니다.이는 지금 이 시대의 국민들의 가치판단 기준이 돈주고 대학 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기여입학제 도입 없이도 대학재정이 넉넉하겠습니까.
"어떻게 넉넉하겠습니까.허리띠 졸라 매고 사는거죠.모금과 학교,법인 수익 사업을 통해 새 재원을 확보하겠습니다.
현재 법인이 가진 자산이 최소 1조원 정도입니다.거의 다 부동산이죠.그러다보니 수익률도 연 7% 정도로 낮습니다.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을 바꾸도록 법인에 건의할 생각입니다."
―고교등급제는 어떻습니까.
"고교등급제라는 표현은 바꿨으면 좋겠습니다.그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죠.고교등급제는 단순하게 학생들의 성적만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각 고교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도 미션 스쿨인 대광고를 졸업했는데 당시 연세대에 대광고 출신들이 많이 입학했습니다.같은 미션스쿨이다보니 그런 점이 어느 정도 반영된 거 같아요."
―고교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연세대는 2년 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장기적으로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하지만 한 해 수천 명을 뽑는데 모든 입시 업무가 입학 사정관제에 의해 이뤄진다면 대학에 큰 부담입니다.
이를 제대로 실행하려면 입시의 단순화가 선행돼야 합니다.지금처럼 수시1,수시2,정시,특별전형 등 복잡한 입시 제도하에선 소수의 입학사정관이 형식적으로 투입돼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입시를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본고사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본고사야말로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사실 스스로 입학 업무에 관해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지금 입시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복잡한 전형입니다.
이해찬 장관 시절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 간다는 입시정책을 폈습니다.각종 특별 전형들이 생겼죠.하지만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은 곧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모든 것을 다 준비해야 한다"는 상황을 뜻합니다.오히려 부담이 더 늘어난거죠."
―고교평준화가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라고 보십니까.
"고교평준화 정책 때문에 공립과 사립의 구분이 없어졌습니다.해외에선 학생 실력에 따라 월반도 시키는데 우리 학교는 구구단도 못 외우는 학생과 미적푼까지 푸는 학생을 한 교실에 넣고 수업을 하니 누가 만족하겠습니까.
학교 공교육이 망가지니 자기 수준에 맞는 곳으로 찾아가게 되는 겁니다.이는 사교육이 아니라 '지하교육'입니다.평준화는 교육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깨져야 합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 공약 때문에 선거 때 표도 많이 잃었을 텐데요.
"그래도 당선됐지 않습니까.결국은 학교를 살려보자는 취지니까요.선거 공약이 '품위 있는 개혁 함께 풀어가자'였습니다.개혁을 위해선 기존의 조직 문화를 다 깨야 하죠.
품위가 있다는 의미는 기업과 달리 과정을 중시하는 거죠.이미 여학생처,정보통신처 등 3개 처를 없앴습니다."
―송도 캠퍼스 추진은 잘되고 있습니까.
"정창영 전 총장 시절 송도캠퍼스를 자체 개발방식으로 하려고 했습니다.하지만 주무 부서인 재정경제부가 공영개발방식을 제안했습니다.인천시도 동의했고요.연세대라는 명문대가 인천으로 가게 되면 인천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면 됐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게다가 송도캠퍼스는 송도국제화복합단지 건립사업을 선도하는 프로그램입니다.결국 인천시의 발전을 위해서 인천 시민들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버드대 유치설도 나왔는데요.
"송도캠퍼스는 각 대학들과의 협력관계를 연구와 교육으로 분리해서 맺고 있습니다.연구부문은 미국 하버드대와,교육은 영국 워릭대학과 협력을 추진 중입니다.기존에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게이오대와는 교육프로그램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을 작정입니다.정부는 해외 대학 유치 실적을 내놓으라고 독촉하지만 협상은 시간에 쫓기면 불평등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리=성선화/사진=양윤모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