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시에 바친 순교자…오규원 시인 1주기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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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전 병상의 오규원 시인을 한 제자가 찾았다.
심한 폐질환 탓에 말을 할 수 없었던 시인은 제자의 손바닥에 시를 썼다.
평생 시를 위해 살았던 그가 타계 하루 전에 혼신의 힘을 끌어올려 써낸 마지막 시의 내용은 이렇다.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66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뒤 강화도 전등사 나무 밑에 영면한 오규원 시인의 1주기를 맞아 2일 오후 서울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오규원은 정제된 언어로 존재 자체를 투명히 드러내는 '날 이미지 시'로 한국 현대시의 지평을 넓힌 시인으로 기억된다.
또 20년간 서울예대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100여명의 제자를 등단시킨 스승이기도 했다.
이날 행사도 시인 황인숙 장석남 박형준 이원 황병승 최하연 곽은영 이은림,소설가 신경숙 강영숙 천운영 윤성희 등 그가 키운 제자들이 주축이 돼 마련했다.
소설가 최인훈씨는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가 그립다"면서 "고작 '가난한' 말로써 추모할 수밖에 없지만 오 시인이 즐겁게 받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인으로서의 오규원'이라는 제목으로 고인을 돌이켜본 문학평론가 김주연씨는 "'세계는 동사인데 언어는 명사'라는 말을 자주 썼던 그는 세상의 변화에 가장 민감했던 시인이었다"면서 "이를 시로 담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언어와 씨름했던 그는 몸과 마음 모두를 시에 바친 순교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 시인은 날카로운 눈으로 누가 가능성 있는 시인인지,좋은 시인인지를 재빠르게 파악해 많은 제자들을 길러낸 훌륭한 교육자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방송작가이자 시인인 부인 김옥영 여사는 답례 인사에서 "실은 병상에서 참 외로웠는데,죽은 다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니 남편은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김 여사는 "남편은 평생 언어에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면서 "남편이 투병 기간 중 육체는 침대에 묶여 있었지만 정신만은 끊임없이 시를 향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시인의 1주기에 맞춰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된 유고시집 '두두'의 출판 기념식과 '오규원문학회' 발족식도 함께 열렸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심한 폐질환 탓에 말을 할 수 없었던 시인은 제자의 손바닥에 시를 썼다.
평생 시를 위해 살았던 그가 타계 하루 전에 혼신의 힘을 끌어올려 써낸 마지막 시의 내용은 이렇다.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66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뒤 강화도 전등사 나무 밑에 영면한 오규원 시인의 1주기를 맞아 2일 오후 서울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오규원은 정제된 언어로 존재 자체를 투명히 드러내는 '날 이미지 시'로 한국 현대시의 지평을 넓힌 시인으로 기억된다.
또 20년간 서울예대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100여명의 제자를 등단시킨 스승이기도 했다.
이날 행사도 시인 황인숙 장석남 박형준 이원 황병승 최하연 곽은영 이은림,소설가 신경숙 강영숙 천운영 윤성희 등 그가 키운 제자들이 주축이 돼 마련했다.
소설가 최인훈씨는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가 그립다"면서 "고작 '가난한' 말로써 추모할 수밖에 없지만 오 시인이 즐겁게 받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인으로서의 오규원'이라는 제목으로 고인을 돌이켜본 문학평론가 김주연씨는 "'세계는 동사인데 언어는 명사'라는 말을 자주 썼던 그는 세상의 변화에 가장 민감했던 시인이었다"면서 "이를 시로 담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언어와 씨름했던 그는 몸과 마음 모두를 시에 바친 순교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 시인은 날카로운 눈으로 누가 가능성 있는 시인인지,좋은 시인인지를 재빠르게 파악해 많은 제자들을 길러낸 훌륭한 교육자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방송작가이자 시인인 부인 김옥영 여사는 답례 인사에서 "실은 병상에서 참 외로웠는데,죽은 다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니 남편은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김 여사는 "남편은 평생 언어에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면서 "남편이 투병 기간 중 육체는 침대에 묶여 있었지만 정신만은 끊임없이 시를 향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시인의 1주기에 맞춰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된 유고시집 '두두'의 출판 기념식과 '오규원문학회' 발족식도 함께 열렸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