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의 소비자들은 제품을 고를 때 하단에 붙은 라벨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표시를 살펴보기 위해서다.환경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 문화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지속가능경영원은 3일 '환경경영 국제표준화 동향과 산업계 대응'이란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들도 선진국처럼 '탄소 라벨'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식품 포장에 칼로리나 영양 성분을 표시하는 것처럼 공산품 라벨에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을 표시하자는 것.

대한상의 관계자는 "탄소 라벨 제도는 기업이 지구 온난화 방지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고 말했다.

선진 기업들은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영국 제과업체인 워커스 크리스프사는 작년부터 과자 봉지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75g임'을 표시하고 있고 부스츠와 이노슨트사도 각각 자사의 샴푸 설명서와 음료 제품 홈페이지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인 테스코와 킴벌리 클라크,코카콜라 등도 탄소 라벨 부착을 서두르고 있으며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탄소 라벨 표준을 제정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에 대한 기술장벽 협정(TBT)'에 따라 탄소 라벨 부착이 사실상 의무화되는 추세"라며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환경 목표 수립과 통합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