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축구 선수 A씨는 2~3개월간 약 10㎏의 아령을 들고 어깨에 통증을 느낄 때까지 아래로 계속 세게 내려치는 등의 방법으로 어깨뼈를 어긋나게 했다.

견갑관절(어깨) 불안정성으로 4급(공익 대상) 또는 5급(제2국민역) 면제 판정을 받기 위해서였다.

A씨는 실제 어깨뼈가 어긋나 대부분의 병원이 재활 치료를 권유했는데도 수술을 잘해 주기로 소문난 경기도 파주 소재 정형외과 의사 윤모씨를 찾아가 수술을 받았다.

#2.대학생 C씨는 포털사이트 병역 상담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들로 구성된 브로커 팀에 350만~400만원을 줘 잠 자지 않고 커피를 마신 뒤 아랫배 등 특정 신체 부위에 힘을 주는 방식을 써 고혈압 판정으로 4급을 받아 냈다.

어깨를 고의로 탈구시켜 수술받거나 '꾸준한 연습'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으로 진단받아 현역 병역 근무를 회피하려 한 축구 선수와 대학생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특히 축구에 별 지장이 없는 왼쪽 어깨를 스스로 손상시킨 K리그 축구 선수 등 92명이 적발된 것은 역대 최대 규모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제2부(부장검사 오광수)는 3일 전국 각지 프로ㆍ실업ㆍ아마추어 리그에서 활동하는 축구 선수 등 92명과 의사 윤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첨단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제영)도 인터넷 포털을 이용해 광고한 후 고혈압을 위장해 병역을 면제받는 법을 지도한 김모씨 등 브로커 4명(3명은 구속)과 병역 면탈자 16명을 기소했다.

의사 윤씨는 이들의 병역 면탈 의도를 알면서도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하고 수술해 줘 2006년 7월~2007년 9월까지 약 2억4100만원의 이득(1인당 200만~3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오광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장검사는 "축구 선수들은 상무팀에 가지 못하고 2년간 운동을 중단하면 단련됐던 근육이 풀려 다시 선수나 지도자 생활을 하기 힘들어지는 것을 우려했다"며 "그러나 상당수는 현재 무거운 물건을 들지 못하거나 통증을 느끼는 등 후유증을 앓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병무청은 "이들에 대한 신체 검사를 재실시한 후 병역 의무를 이행토록 할 예정"이라며 "또 신체 검사시 본태성 고혈압을 적발해 내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근전도(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정도를 측정) 검사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