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코스피지수가 272포인트(14.36%) 급락하는 동안 미래에셋을 비롯한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대량보유 중인 종목에 대한 지분율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래에셋은 작년에 크게 오른 일부 종목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통신 유통 제약 건설 등 내수주의 지분을 늘려 관심을 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지수 급락에도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11조4730억원이나 늘면서 펀드 환매에 대비한 무리한 주식 비중 축소 없이 중장기적인 차원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다.

◆미래에셋,내수주 비중 늘렸다

운용사, 1월 급락장서 뭘 팔고 뭘 샀나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대량보유 종목 내 지난달 지분을 변동한 22개 종목 중 13개 종목의 지분을 늘렸다.

특히 대한항공현대건설의 지분율은 처음으로 5%를 넘어서 신규로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제출했다.

미래에셋은 지난달 7일 대한항공 5%를 확보한 후에도 월말까지 181만주(1.63%)를 더 사들였고,1월8일 지분 5%를 넘긴 현대건설도 52만주(0.47%)를 추가 매입했다.

대한항공은 국민 소득 증가에 따른 항공 수요 확대에 대한 수혜로,현대건설은 해외 수주 증가와 기업 인수·합병(M&A) 기대감으로 주목받는 종목이다.

미래에셋은 이 밖에 호텔신라(1.44%) LG생활건강(1.39%) 신세계(1.29%) 하나로텔레콤(1.26%) 한진(0.76%) GS건설(0.37%) 유한양행(0.16%) SK케미칼(0.09%) 등의 지분도 확대했다.유통 소비 통신 건설 등 내수주들이 주를 이뤘다.

반면 대한전선을 3.96%나 처분한 것을 비롯해 소디프신소재(-3.57%) LG화학(-1.83%) 서울반도체(-1.79%) 대우차판매(-1.2%) LG데이콤(-0.62%) 제일모직(-0.5%) 삼성증권(-0.36%) 두산(-0.07%) 등의 지분율은 낮아졌다.

이들은 작년 주가 오름세가 가팔랐던 종목이다.코스닥시장 스타주였던 서울반도체 소디프신소재 등의 지분이 크게 줄어든 것이 눈길을 끈다.

◆한국투신운용 등도 추가 매수

한국투신운용은 삼성 비자금 사태로 큰 폭으로 내린 삼성그룹주 지분을 확대했다.제일기획 지분율을 12.11%에서 12.52%로 0.41%포인트 높였으며 제일모직(0.26%) 삼성정밀화학(0.15%) 등도 추가로 사들였다.

제일모직은 외국계 모건스탠리투자회사도 대량 매수를 통해 지난달 5%대 지분율을 확보한 종목이다.반면 한국운용은 호텔신라를 0.03% 팔아 지분율을 12.98%로 낮췄다.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5% 대량보유신고서를 잇달아 제출했다.플러스자산운용은 현금자동입출금기 제조업체인 청호컴넷의 지분 5.29%를 확보했고,하나UBS자산운용이 포함된 'UBS 글로벌 에셋 매니지먼트(싱가포르)'도 한진중공업 지분율을 5.06%로 올렸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분석파트장은 "펀드런(펀드 대량 환매)에 대한 우려가 기우에 그친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이 주가 급락을 이용해 대량보유 종목의 지분을 늘리거나 새로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