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 국세청이 '법조계의 파워집단'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칼끝을 겨눴다.김앤장은 그동안 '성역'으로 불렸을 정도로 막강한 인력과 인맥을 갖고 있는 국내 최대 법률회사.김앤장 내에 국세청 고위직 출신만도 20명을 웃돌아 세무조사 자체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세청 특별조사반원들이 지난 29일 서울 내자동 김앤장 사무실로 현장조사를 나갔지만 출입이 통제돼 발길을 돌렸다.국세청이 현장조사에 실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법조계는 국세청과 김앤장의 한판 승부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고엘리트 집단 정조준

김앤장은 국내 최고의 인맥을 확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김앤장의 네트워크로 안 되는 일이 없을 정도다.

1972년 서울법대 60학번 동기인 김영무 대표 변호사와 장수길 대표 변호사가 세운 김앤장은 미국식 로펌을 지향하며 출범 초기부터 국내 로펌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이후 대학수석 입학.졸업자,사법시험 수석합격자,사법연수원 1~5위 수료자 등 내로라 하는 실력자들을 잇따라 스카우트하면서 지금은 변호사 300여명,변리사 100여명,회계사 50여명,세무사 10여명으로 명실상부한 '1등 로펌'의 자리를 굳혔다.김앤장엔 지난해 7월 합류한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비롯 판.검사 출신이 60명 가까이 있다.웬만한 지방검찰청이나 지방법원을 능가하는 규모다.

전직 관료출신의 맨파워는 더 막강하다.재경부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금융분야 전직 고위관료들이 포진한 고문단만으로도 정부 부처 몇 개를 꾸릴 규모다.출신 부처별로 보면 10~20명씩에 이른다.이들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월 수천만원에 이른다.

이 같은 맨파워를 바탕으로 김앤장은 2000년대 들어 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외국계 자본의 국내 사업 관련 사건 자문과 각종 소송을 싹쓸이하고 있다.소버린 사건,론스타 사건과 에버랜드 사건을 김앤장 변호사들이 주도했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비롯해 현대차 SK 두산 동부 등 그룹 회장의 변호도 이들이 맡았다.

◆김앤장의 '방패' 뚫릴까

김앤장 창업자인 김영무 대표가 지난해 3월 납세자의 날에 대통령표창을 받아 조사 유예 혜택을 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전격적인 특별조사에 들어가자 이번엔 뭔가 제대로 혐의를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이 김앤장의 탈세 의혹에 대해 전격적으로 칼을 빼들긴 했지만 이번 특별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김앤장엔 국세청 전직 고위간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서영택 전 국세청장,황재성.이주석.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최병철.장세원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등 고위직 출신들만 해도 20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번 세무조사가 정기조사가 아닌 특별심층조사라는 점에 비춰 국세청이 이 같은 '방패'들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사전조사를 마쳤다는 관측도 우세하다.

◆국세청의 국면전환용?

국세청이 김앤장에 대한 전격 조사에 착수한 배경을 놓고 일각에서는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각종 비리사건 등으로 신뢰에 손상을 입었던 국세청이 그동안 탈세 의혹으로 여러 차례 세무조사 후보군에 오르내렸던 김앤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세청은 최근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세무청탁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다시 어려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특히 검찰조사에서 2004년 S해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직원이 해당 업체의 임원 계좌로 수천만원을 돌려준 것으로 확인돼 그나마 회복된 이미지가 또 다시 타격을 받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국세청은 해명자료를 통해 "당시 법과 원칙에 따라 세무조사를 했고,그 결과에 따라 적법하게 과세 조치했다"고 밝혔다.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 여부와 당시 사건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류시훈/김병일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