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숙 < 포커스리서치 대표 jschoi@frc.co.kr >

필자가 1980년대 중반 외국계 마케팅 리서치 회사에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당시 시장 조사를 의뢰하는 기업들은 주로 외국 기업이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기업들로서는 비용을 지불하고 외부 기관에 시장 조사를 의뢰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던 시기였다.외국 기업들은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해외 시장에 출시하기 전 그 나라 유사 제품의 사용 실태,유통 구조,자사 제품의 경쟁력 등 시장 현황을 반드시 조사한 뒤 성공 가능성이 있을 때 제품을 출시한다.

그 시절 조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외국 제품의 한국시장 성공을 위한 마케팅 전략 제언의 수위를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늘 갈등하던 생각이 난다.어린 생각에 외국 기업의 시장 조사를 해 주면서 우리나라 시장의 모든 정보를 시장 조사비 몇 푼에 팔아먹는 것 같아 속상해했었다.시장 조사를 하지 않던 우리 기업들,시장 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우리 기업의 경영자들이 안타까웠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도 시장 조사의 중요성을 인식해 국내에서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많이 한다.그러나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고 아직 해외시장 조사를 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21세기 국제 경쟁에서 경쟁 우위를 갖고 성공한 기업으로 살아 남기 위해서는 해외 현지 시장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과학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잘못된 의사 결정의 확률을 줄여야 한다.세계화와 함께 이미 고도로 발달된 마케팅 조사 기법을 구사하고 있는 외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에 마케팅 조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진국의 경우 해외 신시장을 개척할 때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자국의 리서치 회사와 컨설팅 회사들을 먼저 내보낸다.이들을 시장 개척의 첨병으로 내보내 현지 시장 현황 및 제품 경쟁력을 분석하게 하고,경쟁력이 떨어지면 경쟁력이 생길 때까지 제품을 개선해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경우 제품을 출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시장 조사나 제품의 경쟁력에 대한 조사 없이 해외에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그 결과 일회성 수출에 그치고 수출 제품이 재고로 쌓이면서 현지 시장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도 해외 수출품 개발시 그 나라 고객들의 욕구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