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프리카 자원을 마구 쓸어담고 있어 걱정입니다." 지난달 말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만난 교포 기업인 이채수씨(53)는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석유 구리 등의 개발권을 확보하는데 열 올리는 것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넋을 놓고 있는 동안 중국은 아프리카 자원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를 굳혔다는 얘기였다.

중국이 국영 석유회사 등을 앞세워 세계 각지에서 미국 유럽 등과 치열한 자원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뉴스는 몇년 전부터 외신들이 수없이 쏟아냈다. 하지만 콩고 앙골라 등 서아프리카 지역을 무대로 직접 자원개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인의 생생한 증언을 들어보니 아프리카 자원확보는 '세계 열강들만의 전쟁'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문제였다.

"중국은 콩고에 길이 500㎞짜리 도로를 닦아주고 그 대가로 자원개발권을 차지했습니다. 앙골라 카메룬 등 아프리카 곳곳에서 자원을 노린 중국 기업들이 철도 항만 등을 짓고 있습니다. 건설사업에 참여한 중국 기술자들은 현지인과 결혼해 아예 아프리카에 뿌리를 내리고 자원확보 전쟁의 전사를 자임할 정도예요."

이씨는 1988년 로테르담에 정착,선박수리 사업을 벌이다 5년 전 콩고 수도 킨샤사에 'KLC 미네랄'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수심 3㎞ 이상의 해저 석유자원은 물론 구리 등 광물자원이 투자자들에게 무궁무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이 정정불안,열악한 생활환경 등을 핑계로 외면하는 사이 중국은 '리스크(위험)'에 도전해 아프리카 자원의 주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백억원짜리 광산 개발사업부터 수천억원이 넘는 석유개발 프로젝트까지 사업기회는 아직 널려있다"면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국가 에너지 전략에 아프리카 공략을 핵심 과제로 포함시켰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일부 한국인들은 두려움 없이 해외자원 개척에 나선 상태다. 새 정부가 기업인들을 지원해 더 많은 한국 회사들이 아프리카 자원시장을 누비기를 기대해 본다.

로테르담(네덜란드)=장경영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