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원 인사는 예년대로 2월 27,28일 실시 … 신규 상무보 승진도 이뤄질 듯

삼성그룹이 '비자금 의혹 특검' 여파로 당초 3월 중순께로 늦췄던 각 계열사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들에 대한 인사를 예년처럼 이달 27,28일께 실시키로 했다.또 일부 고참 부장급을 대상으로 한 신규 상무보 승진 인사도 같은 날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이 상무보급 이하 직원들에 대한 인사 시기를 계획보다 앞당기는 것은 특검수사에 따른 조직 내부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4일 삼성에 따르면 그룹 내 각 계열사들은 오는 26일께 부장급 이하 직원 중 승진 대상자에 대한 분류작업을 마친 뒤 27,28일께 승진인사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그룹 관계자는 "현재 평사원부터 과장 부장급에 대한 인사평가 작업을 계열사별로 진행 중"이라면서 "특히 이달 말 인사에서는 일부 고참 부장급들을 대상으로 한 신규 상무보 선임 인사도 있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사시기 왜 앞당기나

삼성은 매년 1월 둘째주에 그룹 사장단 및 임원들에 대한 정기 인사를 실시해왔다.이어 2월 초 임원들에 대한 보직발령 등 후속조치를 취한 뒤 2월 말이나 3월 초 부장급 이하 직원 인사를 단행했다.이 과정에서 각 계열사 및 사업부는 철저한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조직체계를 재정비한다.

CEO(최고경영자) 혹은 부사장이 새로 교체될 경우 조직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해 임원들은 물론 부.차장급 일부까지 연쇄적으로 자리를 옮긴다.

하지만 올해는 특검수사로 CEO 및 고위임원 인사 시기가 3월 중순 이후로 늦춰졌다.예년의 수순대로라면 당연히 직원들의 승진인사 시기도 3월 중순이나 하순께로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문제는 특검 수사로 인한 직원들의 동요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데 있다.한 계열사 관계자는 "작년 10월 말부터 그룹의 주요 행사는 취소되고 계열사에 대한 잇단 압수수색과 임직원 소환이 이뤄지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이러다 정말 큰일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돌았다"고 전했다.

삼성이 CEO 및 임원인사에 앞서 부장급 이하 직원들의 인사를 먼저 실시키로 한 것이 이런 내부 동요를 최소화하고 바닥에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조금이나마 북돋워주기 위한 조치로 보이는 배경이다.

◆일부 신규임원 승진도 있을 듯

오는 27∼28일께 이뤄질 인사에서는 신규 임원 승진도 일부 있을 예정이다.이에 따라 관심은 '신임 상무보 승진자가 얼마나 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지난 3년간 삼성그룹의 신규 임원 승진자는 2005년 236명,2006년 207명,지난해 206명 등이었다.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예년과 같은 신규 임원 승진 잔치는 올해 구경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200명에 달하는 신규 임원을 승진시킬 경우 그에 상응하는 임원을 내보내야 하는데,특검수사를 감안할 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은 매년 신규 상무보 승진자 숫자에 상응하는 임원들을 '자문역' 또는 '상담역' 등으로 발령내왔다.사실상의 퇴직을 의미하는 조치다.하지만 올해는 기존 임원들에 대한 인사평가도 실시하지 못하고 있고,상당수 임원은 특검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임원 숫자를 대폭 늘려 기존 임원들을 내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따라서 이달 말 신규 임원 승진 인사는 △사내 포상에 따른 특진자 △일부 보직이 공석으로 남아있는 경우 등에 한해 최소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