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파 대의원들은 "국가보안법으로 수감돼 있는 동지들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라며 제명안에 반대했다. 비대위가 제명 근거로 제출한 법원판결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운동하는 사람들이 부르주아 법원의 판결문에 휘둘렸냐"는 격한 반응까지 쏟아냈다. 대한민국 원내 제3당의 전당대회에서 나온 얘기가 맞는지 귀를 의심케 했다.
당 기밀을 외부에 넘긴 당직자를 제명하는 일은 상식있는 공당이라면 당연한 조치다. 하물며 기밀을 넘겨준 대상이 북한 공작원이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대상이 북한이라는 이유로 제명안이 당 대회를 통과하지 못한 현실은 민노당이 북한의 조선로동당 2중대임을 자임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자주파는 당 대회에서 비대위를 비롯한 평등파에 '동지적 신의'를 요구했다. 당원들의 정보를 북한에 빼돌리며 이미 신의를 배반한 자들에 대해 동지적 신의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북한 핵실험을 '자위권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두둔하고,식량난에 대해 '미제의 음해'라는 자주파의 '종북(從北) 역발상'의 연장선상이다.
자주파는 민노당을 나와 새로운 정당을 준비하고 있는 평등파 일각을 향해 '분열주의자'라고 비판하지만 정작 분열의 책임은 과거 이념의 울타리에 갇혀 대한민국의 어떤 세력과도 소통하지 못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친북세력에 있다.
노경목 정치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