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잔액 많은 종목 관심 필요… 삼성증권ㆍ현대미포조선 등
이달 들어 외국인이 주식 매수에 나서자 사상 최대 수준인 대차거래 잔액의 청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발행 주식 수에 비해 대차거래 비중이 높은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차거래는 주로 외국인이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후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다시 채워 놓으면서 차익을 얻는 데 많이 활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차거래 잔액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차거래 잔액 청산 가능성

4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말 4억4500만주였던 대차거래 잔액은 한 달 만인 지난 1월 말 6억4300만주로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한 달 새 외국인 등이 빌려서 판 주식이 2억주에 달했다는 얘기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공격적인 대차거래가 이뤄져 왔으며 이는 대부분 외국인에 의한 것으로 올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공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은 올 들어 거래 첫날인 1월2일을 제외하고 31일까지 국내 시장에서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 주말 상황은 반전됐다.외국인이 한 달간의 순매도를 마무리짓고 순매수로 돌아선 지난 1일 하루 사이에 대차거래 잔액은 5억7700만주로 6600만주나 감소했다.

1월31일이 주가는 바닥이었고 대차거래 잔액은 최고를 기록한 셈이다.김 연구원은 "주가 단기 급락이 일단락된 직후에는 대차거래 잔액 청산에 따른 매수세 유입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작년 8월17일 주가가 저점을 기록한 후 대차거래 잔액은 8월22일을 정점으로 10월1일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주가가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지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수익을 확정짓기 위해서 주식을 사서 채워넣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따라서 "주가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최근 대차거래 잔액이 늘어난 종목에 대해 청산을 위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에 의한 대차거래 잔액 청산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역사적 고점을 형성하고 있는 대차거래의 잔액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주가 반등폭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차거래 많은 일부 종목 급등

이날 시장에서는 외국인 대차거래가 많았던 종목 중 그동안 낙폭이 컸던 종목들이 급등세를 보였다.

대차거래 잔액이 전체 발행 주식 수의 5%가 넘는 27개 종목 가운데 미래에셋증권현대건설이 상한가를 기록했고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증권 현대미포조선 등은 6∼11%대의 급등세를 나타냈다.

또 코스닥업체 중 대차거래 잔액 비중이 11.1%로 가장 높은 서울반도체도 상한가로 직행했다.하지만 이 같은 일부 종목의 급등세를 대차거래 잔액 청산과 연관짓는 것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태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로 보면 대차거래 잔액 청산과 주가와의 관계는 분명치 않은 면이 있다"며 "대차거래 잔액보다는 그동안 낙폭 과대 종목이 반등시 커다란 상승폭을 보였다는 관점에서 시장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급등한 미래에셋증권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증권 현대미포조선 등은 대부분 단기 고점 대비 30∼60%가량 하락한 종목이라는 설명이다.

서 연구위원도 "이날 외국인 순매수는 전기전자쪽에 집중된 것으로 봐 대차거래 잔액 청산도 포함돼 있겠지만 정보기술(IT)업종의 저점을 확인했다는 시각에서 해석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