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초대 금융위원장 인선에 애를 먹고 있다.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요구하고 있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후보를 찾지 못해서다.인수위 한 관계자는 "정부 각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에게도 금융위원장을 추천해달라고 할 정도로 적임자를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 당선인이 강조하는 금융위원장의 자격 요건은 크게 세 가지.우선 국제금융 감각이다.여기에는 금융산업을 국가의 신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선 금융 글로벌화가 필수적이라는 그의 의도가 깔려 있다.또 '모피아(재무부 관료)'에 휘둘리지 않는 통솔력을 갖춰야 한다.신설될 금융위는 기획재정부 산하 조직이 아니라 완전히 독립 기관인 만큼 '관치금융'의 벽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와 함께 국내 금융시장으로부터 신인도가 높아야 한다는 점이다.

인수위는 당초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현 인수위 자문위원)을 1순위로 꼽았다.이 당선인이 내세운 조건을 다 갖췄다는 판단이었다.하지만 삼성특검이 본격화되면서 삼성 출신인 황 전 회장은 일단 1순위에서는 빠지는 분위기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규제 혁파를 통한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시장의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라고 전했다.현재 인수위 안팎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로는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백용호 인수위원(이화여대 교수),김용덕 현 금감위원장 등이다.


참여정부 때부터 금산 분리 완화를 역설해온 윤 전 위원장은 국제감각과 통솔력,신인도 등에서 평판이 좋다.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기 국면인 데다 금융위 역할 범위를 둘러싸고 금감위와 금감원이 싸우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윤 전 위원장이 해결사로서 적임이라는 평가다.문제는 "참여정부에서 3년간 금감위원장을 지낸 사람을 또다시 뽑을 만큼 인물이 없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본인 역시 이런 점을 의식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 행장은 뒤늦게 인사 검증 동의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외국계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국제금융 감각과 대외 신인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하 행장은 '모피아'들과 친분이 두터워 '모피아' 출신들을 아우를 수도 있지만 자칫 휘둘릴 수도 있다는 게 흠으로 꼽힌다.

경제1분과 인수위원인 백 교수는 애초부터 입각 후보로 꼽혔다.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재직 시 이 당선인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증권사 사이외사 등 금융분야 간접 경험도 풍부하다.하지만 새 정부로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등 금융시장의 위기 국면에서 현장 감각이 떨어지는 학자를 임명하기가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김용덕 위원장이 유임될 것이란 관측도 일부 나온다.국제금융통인 데다 금감위가 그동안 추진해온 금융규제 개혁의 연속성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다만 최근 금감위와 금감원의 내분을 제어하지 못해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이런 점에서 김석동 재경부 차관도 대안으로 거론된다.정통 금융관료로 '시장친화적'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금융시장 안정과 조직 안정을 위해선 '대책반장'이 별명인 그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민간에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손성원 전 미국 LA 한미은행장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본인들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또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전광우 딜로이트컨설팅 회장(전 우리금융 부회장)은 금융시장 경험이 많고 시장친화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거론되고 있다.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권태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진동수 전 재경부 차관 등도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장진모/김인식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