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사는 주부 김현아씨(35)는 5일 설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해 찾은 대형 마트의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한 달 전에 2980원이던 부추(1단) 가격이 3980원으로 1000원(30%)이나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2980원이던 미나리(1단) 값은 3480원(16.7%)으로 올랐고 1480원을 받던 애호박(1개)은 1880원(27%)으로 상승했다.침조기(1마리)는 1만800원에서 1만5800원으로 5000원(46.2%) 올랐고 병어도 같은 기간 4300원으로 1000원 올랐다.

이 대형 마트 관계자는 "고유가로 인해 시설재배로 출하하는 채소의 생산원가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며 "게다가 최근 중국에 내린 폭설로 중국산 채소 반입 물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조사한 서울.부산.광주.대구 지역의 재래시장 5곳과 대형 유통업체(백화점 3곳,대형 마트 12곳)의 '설 성수품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제수용품 가격은 2주일 전인 15일에 비해 5~10%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달 18일 국산 쇠갈비(1㎏) 가격은 6만1794원이었으나 31일에는 6만7368원으로 9.0% 올랐다.조기(1마리)는 1만47원에서 1만1726원으로 6.1% 상승했고,사과(5개)는 9868원에서 1만436원으로 5.8% 올랐다.

단감(5개)은 3126원에서 3420원으로 9.4% 상승했고 애호박(1개)은 1542원에서 1974원으로 28.0% 올랐다.

최근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마른 멸치(500g)도 1만1158원에서 1만2034원으로 7.9% 올랐다.

주요 설 성수품 가격은 작년 설 시즌에 비해서도 크게 상승했다.

전국주부교실중앙회에 따르면 무.배추 등 채소류는 고유가로 인한 시설 작물의 생산량 감소와 지난달 호남지역 폭설로 지난해 설보다 10%가량 가격이 상승했다.

고사리(11.5%) 숙주(11.3%) 깐 도라지(5.9%) 등 국산 나물류가 가격 오름세를 주도했다.

명태 수입량 감소와 어획량 부진 등으로 황태값(1마리)은 4490원으로 지난해 설에 비해 10.6% 올랐다.

설 대목에 평소보다 30% 정도 판매량이 증가하는 밀가루와 식용유 값도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롯데마트에서 판매 중인 밀가루 대표 품목인 CJ제일제당의 일반 밀가루(2500g)는 4540원으로 지난해 설(2790원)보다 62% 올랐다.

부침가루(1㎏)와 튀김가루(1㎏)는 1200원에서 1770원으로 47%씩 상승했다.

삼양사 부침가루와 튀김가루(각 1㎏)도 50% 정도 상승한 1400원에 팔리고 있다.

CJ제일제당 식용유(1.8ℓ)는 3850원에서 4500원으로 16% 상승했고 해표식용유(1.7ℓ)는 3870원에서 4300원으로 11% 오르는 등 식용유 값도 올랐다.

밀가루와 식용유 값이 급등한 것은 국제 밀과 콩값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값은 부셸당 9.73달러로 마감돼 연초 대비 6.3% 상승했다.

지난해 초 부셸당 5.1달러에 비해서는 90.7%나 올랐다.

콩값도 이날 부셸당 13.2달러를 기록,연초 대비 7.6% 올랐다.

지난해 초 6.83달러에 비해서는 94%나 뛰었다.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원맥 생산국인 미국의 밀 재고량이 2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유럽과 호주의 밀 생산량도 급감하는 등 국제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또 유가 급등에 해상운임 상승까지 겹치면서 물류 비용이 치솟고 있다.

한편 주부교실중앙회가 지난달 21~22일 서울 시내 소매업체 100곳에서 곡류.과일류.채소류.수산물.축산물.공산품 등 6개 분야의 주요 성수 품목 22가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 물가 조사' 자료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올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21만2887원으로 작년 설보다 3.6%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재혁/장성호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