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가 당초 전망했던 것보다 13조8000억원(일반회계 기준)이나 더 걷힘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이 탄력을 받게 됐다.'재정 수요를 충족할 정도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조세원칙(충분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할 감세정책의 핵심은 법인세 인하다.최저 13%(과세소득 1억원 이하)와 최고 25%(과세소득 1억원 초과분)로 돼 있는 법인세율을 5%포인트 낮추겠다는 것이다.문제는 이 경우 법인세 수입이 연간 5조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 때문에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작년 법인세 수입이 예상보다 4조9000억원 늘어남에 따라 공격적으로 세율 인하에 나설 여지가 커졌다.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 등에 따른 세원 확대와 세율 인하 시 예상되는 경기부양 효과 등을 감안하면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법인세율을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1주택 장기보유자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유류세 인하 등도 큰 어려움 없이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향후 경기가 급속히 나빠질 가능성이다.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국제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번지고 전 세계가 깊은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 경우 국내 경기가 타격을 받게 되고 법인세수 등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정부가 실업대책 등 경기부양책마저 동원해야 한다면 재정수요는 늘어나게 되고 세금을 인하할 여지는 줄어든다.

이 경우 이명박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세금 인하에 나설 것인지,아니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감세 정책을 뒤로 미룰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