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고민이 크다.'4.9총선'공천작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지역구에 부쩍 신경써야 하는데 빠듯한 인수위 업무 때문에 여의치 않아서다.인수위 보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 대부분은 경쟁력 면에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하지만 공천 경쟁자들이 지역구를 훑고 다니고 있어 방심할 수만은 없다.

서울에서 거리가 먼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의 고충이 더욱 크다.인수위 부위원장인 김형오 의원(부산 영도)은 '번개 지역구 활동'을 하고 있다.반드시 참석해야 할 지역구 행사가 있을 경우,낮에 인수위 업무를 보고,저녁에 내려갔다가 밤잠을 거르고 새벽에 올라오곤 한다.아침 7시30분에 열리는 인수위 회의에 참석하려면 다른 수가 없다.김 의원 측은 "지역구에 소홀하다는 얘기를 듣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고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기획조정 분과 위원인 박형준 의원(부산 수영)도 사정은 비슷하다.박 의원 측의 관계자는 "박 의원의 인지도나 경쟁력 면에서 (공천을 받는 데)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구청장을 두 번 지낸 시의원이 배수진을 친 채 지역구 활동을 벌이고 있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박 의원은 주말에 짬을 내 지역에 내려갔다가 KTX나 심야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올라온다.그는 인수위 활동 이전에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기 때문에 이런 생활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경제2분과 간사인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청도)은 관례상 국회의원이 반드시 참석해야 할 지역의 각종 신년 교례회에조차 대부분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지난달 9일 오후 예정됐던 의정보고회도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인수위 보고 일정이 갑자기 잡히는 바람에 오전으로 당겨 부랴부랴 약식으로 치렀다.최 의원은 "지역구에선 한번 좀 내려오라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