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국제 금값은 지난달 30일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941.70달러까지 상승한 뒤 여전히 온스당 900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금값은 작년 한 해 31%나 급등했다.

향후 금값의 향방을 놓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낙관론자들은 금값 상승세가 살아 있다며 온스당 1000달러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달러 가치가 올해 안에 상승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금값 곧 온스당 1000달러 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국제적인 금값 폭등으로 '뉴 골드 러시 시대'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과거 금은 인도와 중국 등의 장신구용 수요가 상당 비중을 차지했지만 최근엔 월가 투자은행과 펀드매니저들이 투자 차원에서 금을 포트폴리오에 본격 편입시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낙관론자들은 금의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한다.1980년 1월21일 금값이 치솟았을 때 국제 금값은 온스당 850달러였다.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현재 가치로는 2228달러 수준이다.

현 금값이 실질가치로 사상 최고치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는 얘기다.더욱이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금값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런던의 상품 분석가인 마이클 잰슨은 "FRB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금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금 시세가 1000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황금장 끝날 날 멀지 않았다"

일각에선 금값 강세가 종지부를 찍을 날이 멀지 않았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캘리포니아 로스 알토스의 상품전문가인 마틴 돈은 "금이 '안전 천국'이 되기에는 너무 많이 올랐다"며 "약 달러 터널의 끝이 보임에 따라 금에 대한 올인(all-in)은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장기간 지속된 미국 달러 약세가 곧 끝날 가능성도 금값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금 시세는 달러 가치와 역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작년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가 9.5% 떨어지면서 금값은 31%나 올랐다.반대로 올 하반기께 달러가 반등하면 금값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물펀드에 5~10% 투자하라

금은 경제 위기 때마다 '안전 자산'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그러나 실상 금은 가격 변동성이 큰 투자 대상이다.원유나 구리는 산업용 실수요가 받쳐주고 있지만,금은 실수요가 적어 투기세력에 의해 가격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1970년 온스당 35달러에서 1980년 850달러까지 폭등했던 국제 금값은 20여년간 계속 떨어져 1999년 250달러까지 폭락한 적도 있다.게다가 금은 이자나 배당이 없다.단순 매매차익만 빼면 부가 수익이 전혀 없다.

현 시점에서 금 보유 비중을 급격히 늘리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월스트리트저널은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금을 포함한 실물펀드에 자산의 5~10% 정도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에 올인하는 대신 원유 밀 구리 등 다양한 원자재에 분산 투자해 금값 하락 위험을 헤지(회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