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차장은 작년 여름 10년 이상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삼성중공업에 새로 입사했다.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직장 분위기도 좋았고 회사는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작년 말 부풀었던 가슴은 순식간에 오그라들었다.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 크레인이 유조선과 충돌,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다.매스컴에서는 연일 태안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클로즈업됐고 그때마다 마치 죄인이 된 듯한 심정이었다.시골에 계신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했고,안쓰러운 듯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에도 고개를 돌려야 했다.

삼성중공업은 5일 "지난해 경영 실적은 임직원들이 PS(초과이익 배분금)를 받기에 충분했으나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회사가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을 감안해 올해는 PS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삼성중공업은 그동안 삼성그룹 내에서도 경영 실적이 저조한 열등생이었다.그러다 보니 성과급은 남의 일이었고,잘나가는 다른 계열사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일 때면 소외감에 빠져야 했다.그러나 작년은 달랐다.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실적을 올렸다.성과급 지급이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직원들은 "나도 입사 이래 처음으로 성과급이라는 것을 받아 보는 것"이냐며 "모처럼 가족들에게 자랑 한번 할 수 있게 됐다"고 어깨를 펴 보였다.

이 같은 기대에 먹구름이 낀 것은 태안사고 이후다.사내 일각에서 "실적에 관계 없이 회사와 사회 분위기상 성과급 지급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러나 많은 임직원들은 "회사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PS는 사고와 별개로 취급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미련의 끈을 놓지 않았다.이날 회사 측 발표로 임직원들이 가졌던 일말의 기대는 물거품이 돼 버렸다.

한 직원은 "태안 사고로 해당 지역 주민들이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해서는 안 될 '돈타령'일 수 있지만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낸 근로자들이 받아야 할 보상은 다른 차원의 문제로 생각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안재석 산업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