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시리는 일본 홋카이도 동북부 오호츠크해에 접해 있는 해안도시다.

한겨울 유빙(流氷)체험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유빙은 말 그대로 '떠다니는 얼음 조각'.

한겨울 아바시리 앞바다의 먼 수평선까지 가득 덮이는 유빙은 러시아 아무르강 하구에서 형성된다고 한다.

아무르강 물은 바다로 나와 넓게 펼쳐지는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12월께부터 얼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주 작았던 얼음 씨가 서로 뭉쳐져 묽은 죽처럼 변했다가 단단한 얼음덩어리로 굳어져 바다를 뒤덮는다.

이 얼음덩어리가 조류를 타고,바람에 실려 1월 말께부터 아바시리 등의 홋카이도 동부 해안지역에 닿는 것.

조각조각 생김새도 제 각각인 유빙에는 눈까지 얹혀져 바다 전체를 하얀 눈과 얼음평원으로 만들어 버린다.

유빙체험은 얼음을 깨며 항해하는 작은 쇄빙선을 타고 한다.

아바시리에서 운항하는 관광용 쇄빙선의 이름은 '오로라호'다.

항구를 나선 오로라호 선 내는 이내 불안감이 감돈다.뱃전이 얼음에 부딪쳐 곧 깨질 것 같은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얼음과 부딪칠 때의 충격으로 배 전체가 크게 기우뚱거릴 때면 비명소리까지 터진다.

오로라호는 그래도 머뭇거리지 않고 전진한다.

얼음조각 사이의 틈을 벌려 길을 내고,틈이 없는 얼음조각을 만났을 때는 정면 돌파로 깨버린다.

아바시리 위쪽에 있는 몬베쓰의 관광용 쇄빙선 '가린코호'와는 방식이 좀 다르다.

몬베쓰의 쇄빙선은 뱃머리 아래에 굵은 창 같은 스크루가 달려 있다.

이 스크루를 회전시켜 다가오는 얼음덩어리를 부숴버리는 것.

쇄빙선을 타고 하는 유빙체험은 얼음조각뿐인 바다에 기대어 사는 생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더 즐겁다.

하늘을 선회하던 흰죽지참수리가 쏜살같이 하강해 얼음조각 위로 던져진 먹잇감을 낚아채는 모습이 경이롭다.어디서 나타났는지 갈매기도 뒤따른다.

간혹 얼음조각 위에 앉아 쉬는 물개 같은 바다생물도 반갑다.

교외 텐도 산에 있는 오호츠크유빙관은 유빙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유빙의 형성과 소멸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실제 유빙을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다.

러시아에서 유빙을 타고 내려온 동물들의 박제도 있다.

물에 적신 수건을 빙빙 돌리면 이내 얼어 딱딱하게 변하는 추위 체험도 할 수 있다.

텐도 산은 아바시리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이기도 하다.

전망대 앞의 비탈에서 튜브썰매도 탈 수 있다.

몬베쓰의 가린코호 유빙체험과 함께 오호츠크타워도 찾을 만하다.

물 속 7.5m 아래에 수족관 형태의 자연관측실이 있어 연중 바다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수면 위 40m 높이의 전망대에서는 유빙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클리오네'가 신기하다.

남극과 오오츠크해에만 산다는 바다생물인데 새끼손가락 한마디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가운데 소화기관을 빼면 온 몸이 투명하다.

등 부위에 붙어 있는 날개 같은 투명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모습이 천사의 날갯짓을 떠올리게 한다.

정말 '유빙의 천사'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아바시리코소호텔서 숙박 … 게요리 일품

홋카이도는 일본열도 4개 주요 섬 중 최북단에 위치해 있다.

아바시리와 몬베쓰는 이 섬 동북부 해안에 자리하고 있다.

홋카이도의 관문인 삿포로에서 아바시리와 몬베쓰까지 국내선을 이용한다.

50분 정도 걸린다.

삿포로에서 기차나 버스를 타면 6시간을 잡아야 한다.

아바시리 호숫가의 아바시리코소 호텔이 여러모로 괜찮다.

일본에 유학 중 일본인 남편을 만나 결혼한 아사리 수에씨가 호텔의 '오카미'(여성 총지배인)다.

게요리가 맛있다.

일본 사람들이 특히 장을 좋아한다는 털게와 대게,왕게 등을 이용한 찜,회,초밥,버터구이,냄비요리 등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