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를 80층 높이에서 내려다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해운대 앞바다가 발 아래 펼쳐지고 동백섬은 물론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누리마루와 광안대교,그리고 광안리의 화려한 조명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게다가 이렇게 멋진 조망을 나 혼자만 즐기고 있다는 만족감은 또 어떻고요.

슈퍼 리치들에게 분양가 50억원이 문제겠습니까."

아시아 최고층 주거건물로 주목받고 있는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 더제니스의 분양대행사(더감) 김태균 부사장은 펜트하우스의 매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국내에도 펜트하우스 붐이 거세지고 있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까지 미분양 한파가 몰아치는 바람에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11만가구를 넘어서는 등 분양시장이 극도로 위축돼 있지만 펜트하우스만은 예외다.

미분양은커녕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펜트하우스 분양 성적을 보면 주택경기가 침체한 것이 맞나 하는 의문까지 갖게 한다.

지난달 22일 청약을 받은 해운대 아이파크 420㎡형 펜트하우스는 1순위에서 마감됐다.2가구가 나왔는데 경쟁률은 2 대 1이었다.분양가 57억원에 계약금만 5억7636만원. 그런데도 4명이 신청했다.당첨 발표 이후'떴다방'까지 몰리며 최고 수억원의 웃돈이 형성됐다.부산은 투기과열지구에서 완전 해제돼 해운대 아이파크도 자유롭게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부산에서 아파트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기는 2004년 이후 처음. 연초에 분양한 해운대 두산위브 더제니스는 펜트하우스(2가구)만 따로 청약을 받지 않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건설업체 측은 예비 수요를 확보해 분양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ㆍ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지난달 경기 부천시에서 선보인 주상복합아파트 '리첸시아 중동'은 전체 청약률이 절반을 밑돌았지만 344㎡(104평)형 펜트하우스 2가구는 3명이 1순위에서 지원해 마감됐다.3.3㎡(1평)당 분양가가 평균보다 최고 700만원가량 높았지만 청약자들은 개의치 않았다.3순위까지 청약이 대거 미달돼 4순위 등으로 분양몰이를 해야 했던 고양시 식사지구와 덕이지구도 펜트하우스는 순위 내에서 팔려 나갔다.작년 말 공급된 서울 묵동자이와 리첸시아방배 펜트하우스도 모두 순위 내에 분양이 이뤄졌다.은평뉴타운의 133㎡형 복층 펜트하우스 4가구에는 208명이 신청했다.

펜트하우스의 이 같은 인기는 조망권과 희소성 때문으로 풀이된다.조망권이 좋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지상 100m 이상 최고 300m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입주자의 만족감을 극대화시킨다.고층빌딩 스카이 라운지에서나 접해봤을 풍경이 매일같이 펼쳐지는 것이다.실제로 펜트하우스는 저마다 바다 산 강 빌딩 공원 등 특급 조망을 자랑하고 있다.해운대 펜트하우스들이 바다를 강조하고 있고 용산의 시티파크는 한강과 용산공원 조망을 내세우는 식이다.

더구나 엄밀한 의미에서의 초고층 아파트 펜트하우스는 단 2가구에 그치는 경우가 상당수이고 많아야 10가구 안팎이다.이러한 희소성이 재산가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것이다.여기에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건설업체들이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짓기를 꺼릴 것으로 예상돼 희소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인테리어와 마감재도 최고급이다.대리석과 고급 원목을 사용하고 빌트인 가전기기 등은 대부분 수입 제품으로 채워진다.마감재를 알아서 하라며 일반 벽지와 장판을 깔아주는 펜트하우스(벽산건설 블루밍위시티)가 오히려 뉴스로 다뤄질 정도다.물론 고급으로 마감을 해봐야 뜯어내고 자기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로 바꾸는 부유층을 위한 배려에서였다.

펜트하우스 인테리어는 설계자가 열의를 가지고 정성껏 다한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최고층이기 때문에 천장을 높게 한 것도 매력적이다.일반 아파트의 천정 높이는 보통 2.3~2.4m 정도지만 펜트하우스는 2.7~3m가 보통이고 최고 3.8m에 이르기도 한다.50㎡가 넘는 정원이 딸려 있기도 하다.건설업체들은 '하늘정원'을 선사하겠다며 그 안에서 가족끼리 또는 손님과 함께 세상을 내려다보며 파티를 열어보라고 선전한다.요즘 들어서 초고층 아파트들은 몇 개의 기둥이 건물을 지탱하는 구조를 많이 사용해 내부 공간을 입주자 취향에 따라 꾸미기가 훨씬 편리하다.쉽게 말해 기둥만 남기고 모든 공간을 헐어내도 된다는 뜻이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서울 성동구의 뚝섬에 모아진다.대림산업과 한화건설 2개 회사가 330㎡(100평) 이상 초대형 펜트하우스를 이번 달에 선보인다.서울숲과 한강이 한눈에 펼쳐지는 풍경을 만끽할 소수의 몇몇 사람이 정해지는 것이다.분양가는 평균이 3.3㎡당 4300만원 안팎이지만 펜트하우스는 이보다 더 높은 4598만원까지 책정됐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