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지식 보다 자질 따지는 적성검사

정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인가 대학을 확정한 이후 로스쿨에 도전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로스쿨 입시와 관련,"법학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묻지 않아 직장인들이 할 만하다"는 의견과 "경쟁률도 높고 시험의 난이도도 높다"는 의견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어 마음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로스쿨에 들어가려면 어떤 시험을 치러야 하는 걸까.취직 후 여러 해 동안 공부에서 손을 놓았던 직장인들도 승산이 있을까.

로스쿨 입시의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는 '법학적성시험(LEETㆍ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이다.공인외국어시험 성적,학점 등도 전형요소로 활용되지만 LEET만큼의 변별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LEET는 로스쿨 지원자라면 누구나 치러야 하는 시험이다.대입으로 치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엇비슷하다.LEET는 '법조인이 될 자질이 있나'를 평가하는 일종의 적성검사다.평가영역은 언어이해,추리논증,논술 등 크게 세 가지다.법학을 비롯한 특정 학문에 대한 지식을 묻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는다.

LEET를 개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LEET는 특정 지식이 아니라 법조인에게 필요한 논리력,추론능력,이해력 등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며 "언어 감각이 뛰어나거나 철학과 역사학 등 기초 학문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 높은 점수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LEET가 어떤 시험인지는 지난달 치러진 모의평가를 분석해보면 알 수 있다.'언어이해' 영역에서는 다양한 지문을 읽고 글의 주제를 파악하거나 사실적 정보에 기초해 세부 내용을 확인하는 유형의 객관식 문제들이 출제된다.제시문의 논리적 허점이나 강점을 찾을 것을 요구하는 문제도 나온다.1월 모의고사에는 어법을 묻는 문제가 4개 출제됐다.나머지는 장문독해였다.장문독해는 12개 지문이 제시됐고 지문 한개에 3~4개 질문이 등장했다.


'논술' 영역에서는 '국민배심제에 대한 찬반의견을 논하라(1월 모의고사 출제)'와 같은 문제가 출제된다.대개 주어진 지문을 분석한 후 글을 쓸 것을 요구한다.1월 모의시험에는 3개 문항이 출제됐다.전문가들은 실제 LEET 시험에서는 미국 로스쿨 시험(LSAT)처럼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종업원 2명 중 누구를 고용할 것인가'와 같은 '선택논변(選擇論辯)'형의 문제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EET 시험의 성패는 추리논증 영역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수리논증 영역은 난이도도 높고 시간도 부족하다는 것이 모의평가 응시자들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이 영역은 자료해석,논리퍼즐 등의 문제가 출제되는 추리파트와 제시문을 주고 보기의 진술들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묻는 등의 문제가 나오는 논증파트로 나뉜다.물리 생물 천문 등 자연과학분야 지문이 포함돼 있고 수학적 사고가 필요한 문항도 섞여 있다.공무원적성시험(PSAT)의 상황 판단 문제와 유사한 측면이 있어 PSAT를 준비해본 사람들에게 다소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시험을 치러본 직장인들은 "LEET는 직장인들도 해 볼 만한 시험"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1월 모의고사에 참여한 간호사 박모씨(25)는 "법공부는 전혀 안했지만 해볼 만하다"며 "추리논증 영역을 좀 더 공부해 점수를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문학 전공의 직장인 조모씨(36)도 "(논술) 쓰는 연습만 더 하면 고득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지난 1월 치러진 LEET 모의평가의 문제와 해답은 법학적성시험 공식 홈페이지(www.leet.or.kr)에 나와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