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ㆍ생활비 포함 3년간 2억 들어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씨(28).그는 한 달 평균 생활비로 80만원을 쓴다.고시원 숙박비와 고시학원비가 기본적인 지출 항목이다.여기에 서적 구입비,독서실비,생활비 등을 포함해 이씨가 사법시험 준비에 쓰는 돈은 연간 1000만원이 넘는다.

사법시험과 비교할 때 로스쿨 진학에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로스쿨에 다니려면 사시를 준비할 때보다 몇 배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고 봐야 한다.로스쿨 진학을 결정하기 전 손익계산서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로스쿨은 등록금이 든다.사법시험만 통과하면 월급을 받으며 연수원 생활을 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대학들이 책정한 로스쿨 등록금은 의학전문대학원(메디컬스쿨)이나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과 비슷한 수준이다.현재 서울대는 1350만원,서강대는 1200만원,중앙대는 1400만원을 각각 2009학년도 연간 등록금으로 책정했다.한국외대와 건국대는 1600만원,연세대는 1700만원,고려대와 한양대는 1800만원가량의 등록금을 매년 받을 예정이다.정부의 로스쿨 인가 정원이 대학들의 신청 정원보다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로스쿨 학비는 향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학생 수가 적으면 대학들이 거둬들이는 등록금 수입이 줄기 때문이다.

등록금 외에 생활비도 따로 계산해야 한다.아껴 쓴다고 해도 순수 생활비와 교재비 등을 합해 연간 1000만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사교육비는 별도다.학원을 다니며 로스쿨을 1년 가까이 준비할 경우 500만원 정도의 사교육비가 필요하다.직장인이라면 로스쿨을 다니느라 일을 하지 못하는 기간의 월급도 기회비용으로 계산해야 한다.자칫 변호사 시험을 한번에 통과하지 못하면 재수를 위한 추가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연봉(세금 제외 실수령액 기준) 3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인 김모씨가 로스쿨에 간다고 가정해 보자.로스쿨 진학을 위한 사교육비로 500만원을 쓴 후 등록금(각종 교재비 포함)이 연평균 1500만원인 로스쿨에 입학,3년간 공부하며 생활비로 연평균 1000만원을 쓴다면 8000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여기에 김모씨의 3년치 연봉 약 1억원을 합하면 총 소요 비용이 약 1억8000만원으로 늘어난다.김모씨가 로스쿨로 진로를 바꾼 덕에 이전 직장 때보다 매년 2000만원가량의 추가 수입을 올린다고 계산하면 투자 원금에 대한 이자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손익분기점에 다다르는 데 9년이 걸리는 셈이다.

능력이 있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짧은 시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김모씨의 사례가 보여주듯 로스쿨 진학에 성공한 직장인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법조계에서는 벌써부터 변호사 수의 증가,법률 시장개방 등으로 인해 변호사들이 예전만큼의 수입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로스쿨 전문 A학원 관계자는 "로스쿨 진학으로 사회적 신분상승 등의 외부효과는 확실히 얻을 수 있겠지만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로스쿨 진학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대한 아끼는 것이 손익분기점에 빨리 도달하는 길이라고 조언한다.비용을 아낄 수 있는 가장 편한 길은 장학금이다.대학별 모집요강에서 장학금과 관련된 항목을 살펴본 후 장학금을 받기 쉬운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로스쿨 진학을 결정하는 데 돈을 고려해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바로 로스쿨 진학의 동기와 졸업 후 플랜이다.직업에 대한 소명의식만 있다면 돈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가 보증하는 대학원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면 최고 9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8학년도 1학기의 학자금 대출 금리는 연 평균 7.65%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