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욕 월가에서는 때 아닌 소비함수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이유는 간단하다.

총수요 항목별 국민소득(GDP) 기여도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늘어야 증시 참여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무기력한 증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소비가 어떤 소득에 의해 결정되는가' 하는 소비함수는 다양하다(표 참조). 그 중에서 최근 소비함수 논쟁을 이끌고 있는 것은 1974년 밀튼 프리드만이 주장했던 항상소득가설이다.

프리드만은 소득을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항상소득(정기 혹은 자발적 소득)과 예측 불가능한 변동소득(임시 혹은 비자발적 소득)으로 구분했다.

이를 테면 정부가 단기적으로 소득세율을 낮추면 임시소득은 증가하지만 항상소득과 이에 따른 소비는 늘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비는 단순히 가처분 소득에 의존한다는 케인스의 절대소득가설과 배치되는 이 가설은 메사추세츠 공대(MIT)의 프랑코 모딜리아니와 프린스턴대학의 앨런 브라인더 교수 등의 실증연구를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입증됐다.

이 가설대로라면 세금감면을 주 내용으로 하는 부시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2001년에도 이번 경기부양책과 유사하게 미국 국민 한 사람당 300∼600달러의 세금을 환급해 준 적이 있다.

당시 미시간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환급된 세금을 소비에 쓰지 않고 저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소득이 증가해야 가능하다.

항상소득을 늘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대책이 있으나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요즘 월가를 비롯한 세계증시 참여자들의 이목이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에 쏠려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직접적인 피해계층들의 고용이 늘어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계층의 고용증대로 소득이 늘어나야 한편으로는 모기지 부실의 상환능력을 높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가 늘어 침체 우려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경기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처럼 고용 없는 성장이 보편화되고 고용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지식과 정보,기술로 무장된 계층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시대에서는 모기지 부실 피해계층들의 고용을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과제를 시장에 의해 해결하지 못한다면 부시 행정부가 나서서 재정지출을 늘려 이 계층들의 신규 고용을 창출해줘야 한다는 것이 추가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시각이다.

'제2의 뉴딜정책'이라고 불리는 이 대책은 일시고용이 아니라 장기기대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상시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1930년대의 뉴딜정책과는 다소 다르다.

또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프리드만의 주장과 모순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증시 참여자들은 제2의 뉴딜정책이 나와야 날로 침체되고 있는 경기를 살리면서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시장으로부터 최후의 통첩(margin call)을 받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에 따라 경기와 증시흐름이 좌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