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위로 얼굴을 내민 연잎들의 속삭임,보름달을 벗삼아 밤길을 재촉하는 선비….

유화물감으로 한국적인 풍경을 그려내는 '전준엽표 산수화'에서는 고요함과 경건함이 함께 묻어난다.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잠시 명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전준엽씨(55)가 12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17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그는 2004년 성곡미술관 동료였던 신정아씨의 투서 등에 의해 학예실장에서 물러난 뒤 전업작가로 활동해왔다.

한때 민중미술 계열의 작업을 했으나 1990년대 전통 고분벽화를 회화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거쳐 근래에는 현대적인 화풍의 산수화를 그리고 있다.

'빈 공간에 담은 세상'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전남 담양의 소쇄원 토담과 대나무숲,백두산 천지를 그린 '빛의 정원에서'시리즈 등 20여점을 내놓는다.

'빛의 정원에서'는 고전 동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지만 고구려인의 기상을 바탕에 깔고 있는 작품이다.

전씨는 "성곡미술관을 그만둔 뒤 그림에 몰두할 수 있어 좋다"면서 "요즘에는 그림 그리는 일만이 삶의 버팀목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맑고 정갈한 동양적 분위기로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작품 가격은 100호 기준(160×132㎝)으로 2000만~3000만원에 거래된다.

(02)544-848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