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이것이 지나치면 알코올이나 마약처럼 쇼핑중독에 빠진다.억제할 수 없는 구매충동을 느끼며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마구 사들이는 탓이다.쇼핑을 통해 자신을 위로하는 일종의 보상심리인 셈이다.

쇼핑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의학용어로는 오니오마니아(Oniomania)라고 한다.하루라도 홈쇼핑과 온라인으로 '사자'주문을 내지 않으면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다.슬프거나 외롭고,또 화가 날 때도 서슴없이 쇼핑을 한다.감정의 장벽을 넘나들며 물건을 사들이는데 갈수록 그 도가 높아지는 게 보통이다.

쇼핑중독은 많은 경우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한다.우울증은 뇌속의 세로토닌이라고 하는 호르몬의 수치가 떨어지면 도지곤 하는데,이때 쇼핑으로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감정기복이 심한 여성에게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그러나 이 행복감은 잠시일 뿐 카드 결제일이 돌아오면 후회하면서 우울해진다.이 우울증을 털어버리기 위해 또 다시 구매에 나선다.

특히 기분이 울적해 자신에 대한 생각에 빠져드는 사람일수록 돈에 대한 감각 역시 무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하버드,스탠퍼드,카네기멜론,피츠버그 대학의 공동연구팀이 미국심리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물 한 병을 사는데도 우울한 사람은 평상심을 가진 사람에 비해 4배나 많은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다.자신의 가치를 필요 이상으로 평가절하한 나머지 자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물건을 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기분이 우울해지면 자기 연민에 더욱 빠져들게 되고,그것이 돈을 펑펑 쓰는 쇼핑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이 악순환의 연속은 쪽박신세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비록 우울증환자가 아니라 해도 자신의 기분이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당신이 지금 우울하다면,쇼핑은 절대 금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