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발명돼 전 세계 80%의 국가가 사용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단 16년.인도 농촌의 휴대폰 보급률은 아직 6%로 도시(50% 이상)의 고작 8분의 1수준.'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면서도 정작 이를 자국 내에서 보급하는 데는 지지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이로 인해 이머징마켓 국가 내에서 기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9일자)에서 보도했다.

이 잡지는 세계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인용,이머징마켓 국가들이 '신기술 흡수'를 곧잘 하는 사례로 휴대폰 확산을 꼽았다.인류가 발명한 주요 신기술 가운데 가장 짧은 기간인 16년 만에 전 세계 국가의 80%가 휴대폰을 사용하게 된 것.철도와 철 생산 기술은 확산 기간이 각각 125년에 달했고 전화도 100년이 걸렸다.20세기 초에 선보인 라디오와 비행기는 보다 짧아지긴 했지만 60년이 지나서야 대다수 국가에서 사용됐다.컴퓨터와 인터넷도 20여년의 기간이 필요했다.


이처럼 단기간에 신기술이 여러 나라로 퍼진 것은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무역,외국인직접투자(FDI),이민 등을 활용,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신기술 관련 상품의 국제 거래에서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1.4배 커졌다.개발도상국에 대한 FDI도 1980년대 이후 7배나 급증,기술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이머징마켓 국가들이 해외로 대거 내보낸 컴퓨터 엔지니어,과학자 등도 신기술을 자국에 전파하는 데 다리 역할을 했다.

이머징마켓 국가들은 그러나 자국 내 '신기술 보급'에선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세계은행의 분석 결과,이머징마켓 국가들에서 보급률 5% 이상을 기록한 67개 기술 가운데 보급률이 50%를 돌파한 것은 단 6개에 불과했다.이는 선진국에서 보급률 5% 이상 기술 28개 중 23개가 50%를 넘긴 것에 비하면 기술 보급이 더딘 것이다.이에 따라 이머징마켓 국가들에서 극심한 기술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신기술 무역의 4분의 3이 해안 4개 지역에 집중돼 있고,러시아 FDI의 3분의 2는 모스크바와 인근 지역에만 몰리고 있다.인도의 도시민은 절반 이상이 휴대폰을 갖고 있지만 농촌에선 20명 중 1명 정도만 휴대폰을 사용한다.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신기술 보급에 취약한 것은 관련 인프라가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이다.1인당 사용 가능한 전력량이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컴퓨터나 인터넷을 보급하는 데 불리할 수밖에 없다.이와 함께 각국의 신기술 수용 능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연구개발(R&D),교육,금융 시스템 등도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