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00P대까지 추락했다가 가까스로 1700선 부근까지 반등했던 코스피가 11일 오전 1640P대로 재차 급락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100P 이상 반등한 데다 설 연휴로 휴장하는 동안 미국 경제 지표의 악화 등으로 해외 주식시장이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1600P를 하회하는 공포 상황을 한차례 겪었던 투자자들은 예견된(?) 급락에 담담하게 시장에 대처하고 있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팔고 있지만, 개인은 사흘만에 순매수로 전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고, 기관은 적극적인 매매에 나서지 않은 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저점이 더 이상 낮아지지 않으리라는 전망과 함께 연휴에 앞서 현금비중을 늘렸거나 세뱃돈을 굴릴 투자자들에게는 지금이 매수 적기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 경제의 후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재차 강화될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 대응에 나서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정이 매수 기회

최창하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발표가 예정된 경제지표가 주로 센티멘털 지표와 소매판매, 고용지표 등이어서 부정적 영향의 연장선에 놓이게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해외 주식시장 약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단기적 투자자가 아니라면 현재 시점은 주식비중을 점차 확대할 시기라고 최 연구원은 주장했다.

최 연구원은 그 이유로 △다가올 경기악화가 기업별 주가에 이 반영돼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의 경기부양책과 세계 각국의 유동성 공급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꼽았다. 아울러 주식과 채권간의 일드갭(Yield Gap)이 확대되며 주식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주가에 호재라고 최 연구원은 평가했다.

때문에 최 연구원은 "주식비중을 줄여야 할 시기는 이미 지나고 있으며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실효를 보이기 시작할 4~5월 이전인 지금이 중장기 투자자들의 매수 적기"라며 "단기적으로 1600P의 지지선은 신뢰도 높은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 증시의 하락이 새로운 악재가 아니라 투자심리에 따른 변동성 확대 과정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휴를 앞두고 현금 비중을 높여놓은 투자자라면 오히려 이번 조정을 저점 분할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안심은 이르다..보수적 대응

그러나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미국의 가계부문까지 확대되며 경기후퇴 가능성까지 재기되고 있어 지수의 추가 하락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심 팀장은 "1989~1991년 미국이 겪은 신용위기 사태와 비교해 보면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며 "미국의 서브프라임 신용위기 순환의 확산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수가 단기간에 1700선 라인 부근까지 상승했지만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지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무게를 둔 보수적인 전략이 바람직하다"며 "외국인도 미국의 금리인하 후 약간은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지표와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확대될 경우 순매도로 빠르게 전환하기 때문에 믿을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정환 유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이번 주는 미국의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지표가 발표되면서 또 다시 경기침체를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며 "국내도 금통위가 예정돼 있고 옵션만기일도 단기 변동성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 팀장은 "안팎으로 불확실성만 눈에 띄는 장세가 전개되고 있어 리스크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전저점에서의 지지력을 확인한 후 시장에 접근하는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